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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Kim Oct 24. 2021

"교사는 방학 때 일도 안 하고 월급을 날로 먹는다"

일반인이었을 때 내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교사들의 방학 중 월급에 대한 청원은 쉬지 않고 올라온다.

하긴,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직장인들은 1년 중 단 5일의 여름휴가만 보고 1년을 참는다. 앞 뒤로 주말을 붙여봐야 1년 중 9일 쉴 수 있다. 12월 31일 종무식을 하고 1월 1일 하루를 쉬고 다음 날 출근하면 바로 시무식이다. 우리는 종무식과 시무식 사이에 고작 하루 쉬는 걸, 교사들은 겨울방학과 봄방학까지 근 두 달 가까이를 '논다'. (내가 일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다 노는 거다.)



학교 업무가 이렇게 많은지도 몰랐고, 수업을 한다는 게 이렇게 진 빠지는 일인지도 몰랐다. 학생과 학부모 상담 땐 콜센터 상담원과 같은 감정노동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자신의 전공이니, 1년이든 20년이든 똑같은 내용만 매번 떠드는 줄 알았다. 생활기록부에 기록해야 하는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고, 맞춰야 하는 기준도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수도 없이 고친다. 매일매일 30명 가까운 아이들을 챙겨야 한다. 각종 신청, 피드백, 확인, 아침마다 지각과 결석 전화가 몰려온다.


교사는 1인 전문가 집단이다. 모든 구성원이 전문성을 가지고 자신이 개발한 수업을 한다.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많은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지만 대한민국 공립 교사가 된다.


“방학 때 공항 가 보면 죄다 교사더라”

“내 주변 교사들은 방학 때 놀기만 잘 놀더라” 

등의 말을 들으면 힘이 쭉 빠진다. 어떤 사회든 양극은 어디에나 있다. 회사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영혼을 갈아 일하고,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외근 간다 하고 놀러 가는 사람도 있다. 몇 년을 열심히 일한 후 해외여행을 가는 것일 수도 있고, 방학 때 연락을 두절하는 교사도 간혹 있다. 학생들에게도 여행 등 다양한 경험이 많은 사고가 유연한 교사가 긍정적 영향을 더 줄 수도 있다. 표면적 한 꼭지로 그 집단 전체를 부정 평가하는 건 이젠 그만 둘 때도 됐다.



 

실은 나도 회사 다닐 때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같은 생각이었다. 9달 일하고 12달어치 월급을 받아 간다고. 결론부터 말하면 교사는 연봉제 개념으로 1년 일한 몫을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즉 출근하지 않는 방학에 공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학기 중 일한 급여를 12개월로 균등하게 나누어 받는 것이다. 쉽게 예를 들면 100% 받아야 하는 월급을 학기 중에는 80%만 받고 나머지 20%는 방학 때로 미루어 받는 셈이다.



그리고 방학 때도 일한다. 비담임 교사는 방학 때 여유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담임교사들은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하나만으로도 일이 많다. 사람은 본인의 사정이 가장 힘들고 어렵다. 그리고 타인의 입장이 돼보기 전에는 조금도 알 수가 없다.



내가 '교사'라는 직업을 나의 두 번째 직업으로 선택한 건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근무시간이 지켜진다는 것. 그게 전부였다.



그럼 회사는 근무시간이 보장 안 되냐 하면 당연히 보장된다. 형식적으로는. 누구 하나 야근을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들 분주하게 일하고 있을 때 6시 반 칼퇴를 한다는 건 "저는 다음 승진에 관심이 없습니다." 내지는 "다음 연봉 협상 때는 감봉도 괜찮습니다."라는 암묵적 의사표현과도 같다고 봐야 한다. 팀장이 회의나 업무에 집중하고 있을 때 "안녕히 계세요. 저는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한 마디를 던져놓고 나오는 건 보통 멋진 사람이 아닌 것이다.





회사를 10년 가까이 다니다 학교라는 사회에 들어와서 근무해 본 결과, 직장 군이 확연하게 비교가 됐다. 각각의 장단점과 놀라운 점, 신선한 점과 답답한 점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듯이 명확하게 떠올랐다. 학교에 처음 출근했던 6년 전 3월 2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4시 땡 하자마자 여기저기서 분주하게들 일어났고 여기저기서 인사가 들려왔다.

"내일 뵙겠습니다.",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저 갑니다." 등의 말소리 사이에서 나의 첫 퇴근 인사는 이것이었다.

"진짜로 지금 퇴근해도 되나요?"

이 얼마나 순진하고도 쿨하지 못한 나이 많은 신규의 퇴근 인사인가.



교문을 나서는데 해가 쨍쨍했다. 

시계를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른다. 라디오를 틀었다. 처음 듣는 프로그램이다. 환한 대낮에 직장을 나와 처음 들어보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며 집을 향해 달리는 기분은 마치 토요일 수업이 끝나고 1시에 하교하던 고등학생 때 기분 같았다.



회사였다면 아침 9시에 업무 스케줄 정리하고 10시에 회의하고, 점심 먹기 전에 또 회의하고, 점심 먹고 나면 시장조사나 업체 방문으로 다리가 퉁퉁 붓게 외근하고 회사로 돌아오는 시간이 4~5시였다. 본격적으로 내 업무를 시작할 그 시간에 학교는 퇴근을 했다. 회사에서는 조퇴라도 이 시간에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을 시간, 그야말로 꿈의 퇴근길이었다.



이 직업에 뼈를 묻자 다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택시를 타고 "00 고등학교 부탁합니다."라고 말하면 기사님들의 레퍼토리는 똑같다.
“선생들은 방학이 몇 달씩이나 있고, 시험기간에도 놀고, 퇴근도 빠르고. 여자가 하기에는 최고의 직업이니 얼마나 좋습니까?!”
분명 교사가 되기 전에는 이런 말을 접하면 '좋겠다! 나도 교사나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교사가 되고 나서 저런 말을 종종 들을 때면 마음이 굉장히 씁쓸하고 답답하다.



가수가 대학 축제에 가서 노래 한 곡 불러주고 거액을 받아가는 것, 엔지니어가 고작 선 몇 개 연결해 주고 출장비로 몇만 원이나 받아가는 것, 보석감정사가 몇 초만에 진위를 판별해주고 높은 연봉을 받는 것, 강사가 강의 한 시간 해주고 몇 백만 원을 받아가는 것. 그렇게 되기까지 냉혹의 시간은 빙산 아래 켜켜이 퇴적됐을 것이다. 능력과 업무시간의 양은 비례하지 않는다. 업무시간 양과 보수도 비례하지 않는다. 다 각자의 이름과 가치, 자리에 따른 보상을 받을 뿐이다.



이런 글을 쓸 정도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날로 먹는다'는 속된 공격을 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많이 본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세상 어떤 일이라도 고충이 있기 마련이다.



회사와 학교의 일을 비교해 볼까 한다. 

이것은 순전히 한 개인의 경험에 의한 비교이다.


임용시험에 합격한 지 3주 차에 받았던 신규교사 연수. 나의 두 번째 직업, 귀하고 감사하다.


교직 첫 스승의 날에

        

첫 담임, 나의 두 번째 스승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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