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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 Mar 19. 2024

당신이 나를 원할 때 해야 할 것

If You Want Me _ Marketa lrglova


예전에 오페라와 뮤지컬의 단순 명료한 차이점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그러다 우연히 읽게 된, < 어떤 극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면 뮤지컬이고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되면 오페라>라는 '손드하임'의 표현은 재밌기도 하고 꽤 그럴듯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간단하고 쉬운 구분법을 '팬텀 싱어'를 보다 알게 되었다. 심사위원 중 한 분이, 두 가지 모두 노래가 이끌어가는 장르지만 각각 ‘오페라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 부르지 않냐고 설명해 주신 덕분이다. 그러고 보니 오페라는 주로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 부르지만 뮤지컬은 전공하진 않았지만 노래 잘하는 배우들이 출연하기도 한다.


영화 '원스 once'는 가수들이 배우가 된 영화다. 실제로 영화 섭외가 들어왔을 때 주인공인 두 사람 모두 영화에도 나오는 자신들의 노래를 만들고 있던 중이었다. 원스에 나오는 노래들은 스토리의 전개에 딱딱 맞아떨어지는 '적재적소'의 맛은 없지만 영화 속의 노래들을 다 모아 듣다 보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두 사람의 아픔, 끌림,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 서로의 삶의 방식과 미련에 대한 존중 등이 서사로 이어진다. 그래서 원스라는 영화는 마치 뮤지컬에서 파생된 또 하나의 소박한 장르처럼 느껴졌다. 저예산 독립영화 특유의 평범하고 미숙하지만 절제된 표현이 오히려 엄한 것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이후에 나온 같은 감독(존 카니)의 작품인 '비긴 어게인'도 좋았지만 확실히 결이 다르다.


아, 지금 뭐 하고 있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닌데.. 그렇지, 노래... 이 노래.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직접 작곡, 작사해서 부른,  If you want me.


늦은 밤, 아직 가사가 없는 그의 곡이 녹음된 시디를 들으며 가사를 쓰는 중이었는데 시디플레이어의 건전지가 다 닳았다. 가난한 그녀는 이 시디플레이어도 그가 준 것이고 당장 건전지를 살 돈도 없다. 이미 잠들어 있는 엄마와 어린 딸 몰래 딸의 저금통에서 동전을 꺼내 건전지를 사러 간다. 가게에서 시디플레이어의 건전지를 갈아 끼우고, 가사를 적어놓은 종이를 가끔 들여다보며 노래를 부른다. 그렇게 혼자 노래를 부르며 밤길을 걸어오는 그녀를 초라하거나 외로워 보이지 않게 하는 건 음악 덕분이다. 이때 그녀가 불렀던 노래다.


영화의 ost 중 하나라서 자꾸 노래가 아닌 영화 쪽으로 글이 빠진다. 사실 영화는 오래전에 보았지만 이 노래는 여전히 좋아한다. falling slowly처럼 더 유명해진 곡도 있지만 나는 예나 지금이나 이 노래가 가장 좋다. 그녀 특유의 억양과 목소리 톤이 좋아서 나중에 그녀의 노래를 더 찾아봤는데 이 곡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없었다.


영화는,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한 자신들의 감정은 숨기고, 각자의 현실을 존중하며 작별인사도 없이 헤어지는 것으로 끝난다. 어쩌면 음악을 빼면 두 사람의 관계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것이 아니라서 이런 쿨한 결말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단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미련은 남는다. 그들 각자의 불안했던 과거가 간신히 끌고 온 현재가 지금은 해피앤딩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연인들이 헤어진 이유는 쉽게 고쳐지지 않고 반복되기도 한다. 그리고 음악조차도 두 사람이 함께 했을 때의 시너지 효과는 사라졌다. 급선회한 결말이 세련되고 어른스럽다 느끼면서도 뭔가 안타까웠던 기억이, 뮤직 비디오 속의 그녀를 보면서 다시 떠올랐다. 영화의 한 장면과 함께.


밀루유 떼베(Miluju tebe)


그가 그녀에게 묻는다. 체코어로 '그를 사랑해?"를 어떻게 발음하냐고. 그녀가 알려준다. '밀루에쉬 호?' 그가 다시 묻는다. '밀루에쉬 호?' 그녀는 대답한다. '밀루유 떼베'. 무슨 뜻이냐고 묻는 그에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밀루유 떼베(Miluju tebe)는 '너를 사랑해'라는 뜻이다.



가사 해석


Are you really here or am I dreaming

I can't tell dreams from truth

For it's been so long since I have seen you

I can hardly remember your face anymore

When I get really lonely

And the distance causes our silence

I think of you smiling

With pride in your eyes a lover that sighs


당신의 존재는 현실일까 아니면 꿈일까요.

이젠 잘 구분하지도 못하겠어요.

너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서

당신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조차 힘들어요.

무척 외롭고, 멀리 떨어진 우리 사이에 침묵만 흐를 때

나는 당신의 그리움 가득한 다정한 눈빛과

미소를 생각했어요.


If you want me satisfy me

if you want me satisfy me


만약 나를 원한다면 내 마음을 알아줘요.

만약 나를 원한다면 내 마음을 잡아줘요.


Are you really sure that you'd believe me

when others say I lie

I wonder if you could ever despise me

when you know I really try

to be a better one to satisfy you

For your everything to me

and I'll do what you ask me

if you'll let me be free


다른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지 않아도

당신은 나를 믿는다고 확신할 수 있나요.

내가 당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걸 알아도

당신이 나를 외면할지 궁금하기도 해요.

당신의 모든 것을 위해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거예요.

이 불안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 준다면.


If you want me satisfy me

if you want me satisfy me


만약 날 원한다면 내 마음을 알아줘요.

만약 날 원한다면 내 마음을 잡아줘요.


If you want me satisfy me

if you want me satisfy me

If you want me satisfy me

if you want me satisfy me



 Music Video _ If you want me _ Marketa lrglova & Glen Hans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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