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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 May 05. 2024

50년 된 만두가게

만리향 _ 글로벌 푸드타운


김해 동상시장 근처에 있는 '글로벌 푸드타운'의 입구다. 그리 길지 않은 골목에 고만고만한 작은 가게들이 모여있다. 지명에 비해 규모나 분위기가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이렇게 여러나라의 음식을 한군데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곳도 흔하진 않을 것 같다.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터키, 비엔남등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김해에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많은데 내국인들이 선호하지 않는 업종의 부족한 일손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면서 꽤 많은 외국인들이 사는 지역이 되었다. 글로벌 푸드타운은 그 영향으로 형성된 상권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해의 거주 외국인은 총 2만 명이 넘는데 경남에서는 가장 많은 도시이고 전국 단위로로는 9번째라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나 글로벌 푸드 타운 근처의 지역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사람들도 있지만, 나도 타국에서 이민자로 오래 살고 있어선지 그런 생각들이 안타깝다.


'지구촌'이란 표현이, 처음엔 나라나 인종의 차별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상징적인 단어였다면 지금은 실생활의 모든 면에서 지구촌이 실현되고 있는 시대라 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고쳐야 할 때다. 특히 직업에 관한 귀천 구분이 남아있고, 불필요한 고학력 인구가 많은 나라일수록 취업난이나 실업률에 대해 불평하기보다는, 충분히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일을 남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편협한 가치 기준 때문에 할 수 없는 일로 만든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거리는, 점심시간이 지난 애매한 시간이라선지 생각보다 한산했다. 터키 레스토랑 앞을 지나다가 재료 손질을 하는 듯 바쁜 아빠 옆에서 자전거를 갖고 노는 어린 사내아이를 보았다. 여기도 단순히 이색적인 장소가 아니라 외국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란 것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다른 점이 많아도 서로를 잘 알기 전에 미리 배척하거나 편견을 갖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알고 보면 우린 모두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도 이민자로 이루어진 모자이크 문화고 특히 밴쿠버는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라서 이어지는 각국의 음식 간판들이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한국 음식점으로 간다. 오늘 갈 곳은 '만리향'이라는 만두집이다. 1975년부터 문을 열었다니 거의 50년이 다 된 노포다. 가게는 좁은 편이라 테이블이 몇 개 안 된다. 점심시간이 지나선지 가장 넓은 테이블에는 세 사람이 앉아 만두를 빚고 있었다.  



만리향은 지난번 복국을 먹으러 갔을 때 언급했던 김해시에서 30년 이상 된 노포들을 모아놓은 '한 우물 가게'라는 리플릿에 수록된 곳이다. '한 우물 가게'는 음식점이 주를 이루지만 양복점, 사진관, 참기름집, 이용원, 표구사 등 지금은 업종 자체가 귀해진 곳도 있다. 여행 중에 노포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참고로 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이 가게는 2019년에 '소상공인 시장 진흥공단'으로부터 '백 년 가게'로도 선정이 된 곳이다.


맛을 골고루 보고 싶어서기도 했지만 만두는 남았을 때 포장해 가기도 쉽고 나중에 먹어도 맛이 별로 변하지 않는 음식이라서 부담없이 세 가지 만두를 모두 시켰다.



튀김만두가 먼저 나왔는데 배가 고파서 두 개를 먹은 상태. 원래 8개가 나온다. 가격은, 찐만두 5,000원, 군만두 6,000원, 새우만두 9,000원이다. 일 년 반쯤 전의 가격이라 확인을 해보니 고맙게도(?) 그대로다.


군만두와 찐만두 모두 특별히 입맛을 확 당기게 하는 맛은 아니었지만 피가 얇고 뒷맛이 깔끔했다. 새우만두는 약간의 고기만두로 옷을 입은 탱글한 새우 한 마리가 온전하게 들어있었다. 세 가지 만두 모두 신선한 재료로 빚은 잔맛 부리지 않은 만두였다.



남은 만두는 포장해 왔는데 포장비 천 원을 따로 내야 한다. 앞으로도 식당에서 음식을 먹게 되면 대개는 남길 것 같아서 이날부터 가방 속에 빈 컨테이너를 하나 넣고 다녔다. 남은 만두는 숙소로 와서 저녁으로 먹었다. 식당에서 혼자 음식을 먹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선지 식은 만두라도 숙소에서 먹으니 더 맛있었다. 그러고 보니 하루종일 만두만 먹었는데도 그리 물리지도 않고 속이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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