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Cove@ North Vancouver
지루한 햇살이 엷은 구름 갈피로 숨어들자 늦게 시작한 하루는 오래된 압화같다.
간단한 점심이나 같이 먹자던 케이는, 박제된 세월속의 야타족처럼 나를 태우고 조금 먼 다른 동네까지 가서 샤프란을 입힌 밥알이 잔꽃잎처럼 구르는 케밥을 먹고 '딥 코브'에서 차를 멈췄다. 괜히 쓸쓸하던 마음도 슬그머니 안온해지는 작고 둥근 바닷가, 하지만 소문난 도넛 파는 가게 때문인지 제법 북적댄다.
이상하지?
피어는 늘 나를 설레게 해.
바다, 먼산, 요트, 피어가 있는 풍경
입속에서 사르르 녹는 단빵과 진한 커피 한 모금,
어디에 있든 가볍게 기억하기 좋은 것들이다.
언제 간다고?
다음 주 수요일.
언제 다시 올거야?
글쎄..
나는 다시 단빵을 한 입 베어문다.
그런데 저기 저,
물속에서 첨벙 대는 사람들은 뭐지?
순간, 조금 놀란다.
엎어진 카약,
혹시 물에 빠졌나?
하지만 이내 같은 행위가 반복되는 걸 알아챈다.
의도치 않게 배가 뒤집혔을 때
다시 배에 오르기 위해
미리 물에 빠지는 연습을 한다.
풍경은 이내 삶으로 치환된다.
특별한 의미도 없이 그저 반복되며 따개비 같은 고단한 잔근육만 다닥다닥 늘어가는 일상이 그래도 소중한 이유는,
일탈 혹은 이탈했을 때
바른 경로를 찾아 되돌아오게 하는 것 중에
이만한 내공을 지닌 내비게이션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