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icho beach@downtown vancouver
낮이 길다.
하지가 지났으니 낮이 점점 짧아지는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일몰 후에도 밤 10시까지 훤하다. 바닷가로 가는 피크닉 약속을 이른 저녁에 잡아도 시간은 넉넉하다. 쨍한 여름 햇살이 갑자기 만난 소나기처럼 당황스러운 나는 당연히 일광욕을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여름 바다는 한낮보다 오히려 저녁이 다정하다.
어? 물개다.
검푸른 저녁바다와 비슷한 빛깔의 움직임이 물살을 타고 뭍 가까이 다가온다. 덕분에 풍경은 더욱 안온하고 사랑스럽다. 보이지 않거나 잊고 사는 생명들과 나눠 쓰는 지구라는 걸 새삼 겸허하게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