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출발하게 된 인천행

by 글쓰는 외과의사

간이식에 비해 신장이식은 비교적 그 빈도수가 잦은 편이다. 환자의 중증도 차이도 있겠지만, 단편적으로 생각해도 인간의 간은 하나, 신장은 두 개다. 뇌사자가 발생했을 때도 신장은 두 명의 환자에게 이식이 가능하다. 부부간 또는 부모 자식 간 이뤄지는 생체 신장 이식도 그 수가 점차 늘고 있지만, 뇌사자 신장 이식이 아직까지는 비율이 더 높다. 본원에서도 뇌사자 신장 이식은 심심찮게 이뤄진다.


뇌사자가 언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듯, 뇌사자 신장 이식도 언제 발생할지 종잡을 수 없다. 뇌사자가 발생해도 본원의 대기 환자와 매칭이 되지 않아 몇 주간 잠잠한 날이 있는가 하면, 뇌사자가 발생하는 족족 한밤 중에 이식 수술이 연달아 열리는 날도 있다. 이번 주는 후자였다. 물론 뇌사자 수술을 한다고 해서 낮에 예정되어 있던 정규수술이 취소되지는 않는다.


한 주가 끝나가던 목요일 아침부터 뇌사자 응급 수술을 예고하는 알람이 울리더니 이틀을 연달아 뇌사자 신장 이식이 예정되었다. 덕분에 정규 수술이 꽉 차 있던 목요일도, 불금이라고 불리는 금요일도 밤 10시가 넘는 시간에 병원을 나왔다. 더는 응급 수술을 못하겠다는 무언의 시위라도 하듯 주말에 예정된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 평일 내내 병원을 못 벗어났던 탓에 주말은 온전히 혼자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주말 일정을 없앴던 일이 화근이었을까. 토요일 새벽잠을 깨우는 뇌사자 알람이 어김없이 울렸다. 이번 주 세 번째 뇌사자 신장 이식 수술이 토요일 오후에 예정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번엔 인천으로 직접 가야 했다. 흔치 않은 경우였다. 환자가 기증하는 장기는 폐와 신장. 배 안의 장기 중에서는 유일하게 신장만 기증이 가능했다. 이런 경우에는 폐를 적출하는 팀과 호흡을 맞춰 명치를 기준으로 수술 구역을 나눈다. 가슴은 폐 팀, 복부는 신장 팀이 각자의 적출 수술을 오롯이 처음부터 해야 했다.


인천으로 가는 출발 예정 시간은 1시. 다행히 토요일 오전은 즐길 수 있었다. 주중에 못 갔던 수영장을 방문 후, 커피 한 잔까지 여유롭게 즐기고 병원으로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말을 온전히 혼자 보내겠단 계획이 무너졌듯, 토요일 아침의 이 짧은 계획도 어김없이 무너졌다. 수영장에서 유유히 물 위를 떠다니던 중 지난 몇 개월간 수영장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방송이 나왔다.


"OOO 회원님 지금 데스크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OOO 회원님 지금 데스크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물속에서 나와 수영모까지 벗어던지며 자세히 들어본 데스크 아주머니의 급박한 목소리에선 내 이름이 나오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부리나케 나와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부재중이 16통이나 남겨져있었다. 뇌사자의 상태가 안 좋아지면 당겨진 수술 시간이 그 원인이었다. 뇌사자의 활력징후가 더 나빠져 장기 기증을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수술시간은 3시간이나 앞당겨졌다. 오후 1시 출발이 10시 출발로 당겨진 마당에 수술을 해야 할 의사는 9시 반까지 연락이 안 되었다. 속이 타들어가는 코디네이터 선생님이 수영장으로까지 연락한 것이었다. 그 길로 수영복과 오리발을 챙겨 들고 바로 인천으로 갔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