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람 Jul 26. 2022

사랑한다면, 사랑한다고 하지 말아요

책<아몬드>, 영화<헤어질결심>을 보고

우리는 사랑하는 부모님, 연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왜 알랭드보통의 말처럼 ‘당신을 마시멜로 해’라고 표현하지 않는가.


책 <아몬드>에서는, 상대방의 심중을 읽는 것, 스스로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가진 ‘윤재’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윤재의 어머니는 ‘튀지 않고 정상적으로 살라’며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대한 반응을 마치 주입하듯 가르친다.


그러다 어머니와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고, ‘곤이’라는 거친 아이와 친구가 되고 ‘도라’라는 아이를 사랑하게 된다.


윤재는 어머니와 할머니, 곤이와 도라를 ‘사랑’하지만 이 책에서는 단 한번도 사랑한다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길게 서술하고, 깊이 고민하고, 담백하게 표현한다.


“그 애는 어디에서건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거북이의 등딱지에서, 황새의 알이나 가을 늪지대의 갈대에서 대칭과 자연의 놀라운 손길을 찾아냈다.”


공교롭게 최근에 본 영화 ‘헤어질 결심’이 떠올랐다.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그 상대방을 주의깊게 관찰하기 시작하고 그 사람의 취향을 기꺼이 경험해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재채기가 나오게 되는 것처럼, 숨길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영혼없이 매뉴얼을 읽는 것처럼 상대방의 말에 반응하고, 단순히 ‘기분이 좀 좋다거나 고맙다는 뜻으로 아무렇지 않게들’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윤재는 도라에 의해 마음이 시큰거리고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을 ‘귀찮은 증상’이라 여기지만, 나를 잃고 상대가 밀물처럼 들어오는 것, 서래는 붕괴야말로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세상에 나라는 존재가 단 하나이듯, 상대방과 나의 관계도 단 하나이다.


그 단 하나의 관계에 소중함을 느낀다면, 사랑한다는 효율적인 단어는 아껴두자.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마주하여 나만의 언어로 간신히, 애써 표현해내는 것. 그것이 무엇이 됐든 절정의 사랑표현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서울 사람들의 사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