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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람 Nov 12. 2022

혼자 있고싶지만 혼자있기 싫을때

책<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읽고

요즘,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 있기는 싫다'는 젊은 세대가 많다. 사람들과의 만남 후 에너지 소모를 느끼지만 막상 조용하고 차가운 집안에 들어오면 문득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에서는 요즘 젊은 세대와 비슷하게, 혼자 있고 싶어하지만 친구들 무리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마흔살의 상속남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는 즉흥적이며 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방탕과 몽상의 주기를 가진다.     


1. 방탕의 주기 : 자존감이 바닥을 쳐서 이 주기에 꽂히는 건 무엇이든 끝까지 파고든다


- 이 주기가 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지하철만 타도 누구나 명품백 하나씩은 들고 다니고 주위 친구들은 비싼 맛집과 카페에서 근사한 스타일링으로 금수저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한다.


- 나는 마흔살임에도 아직 미혼이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도 가족도 없다. 세상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건강하게 살며 나같은 사람이 살아 숨쉬는지도 모른다. 그저 그들의 삶의 엑스트라일뿐. 그들이 나에게 못생겼다고 모욕이라도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라도 교류가 생겼으면 좋겠다. 나는 혼자 있고 싶지 않다. 소속감을 느끼고 싶다.     


2. 몽상의 주기 : 세상에서 내가 제일 특별하다


 - 사람들은 행복한 척 여유로운 척, 꼴 같잖은 사진을 SNS에 올리지만, 사실 다들 오늘만 사는 골빈 것들이다. 그런식으로 사치하면 지금은 좋을지몰라도 노후는 참담할거다. 세상사람들은 멍청하다. 너무도 멍청해서 연예인들이나 유명인이 광고하는 거라면 속도 모르고 그저 소비하기에 바쁘다.


 - 나는 젊은시절 공무원으로 일하며 나의 말 한마디에 쩔쩔매는 사람들을 보는 것을 즐겼다. 나의 기분에 따라 그들은 다른 처분을 받았고 그걸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나의 비위를 맞추려 애썼다. 이런 건 적은 월급에 대한 보상이며 똑똑하고 현명한 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 특별하다. 나의 특별함을 그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다. 나의 특별함이 더더욱 특별하게 돋보이도록.     


이 책의 주인공이 현 세상을 살고 있다면 위와 같이 생각하고 느꼈을 것이다. 더불어, 이 주인공의 사랑에 대한 가치관은 너무도 안타깝다.     


"나는 이미 사랑을 할 수도 없었는데, 거듭 말하거니와 내게 있어 사랑한다는 것은 폭군처럼 굴며 정신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나는 평생 동안 다른 형태의 사랑은 상상할 수도 없었고, 그 결과 지금은 사랑이란 그 사랑의 대상에게 폭군처럼 굴 수 있는 권리, 그것도 그 대상이 자발적으로 선사한 권리라는 생각마저 더러 하게 됐다. 나의 이 지하의 몽상 속에서도 사랑을 오직 투쟁으로만 상상해왔고, 그랬기에 내게 있어 사랑은 언제나 증오에서 시작하여 정신적 정복으로 끝나지만 그런 다음 내가 정복한 그 대상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또한 상상할 수 없었다."(책 내용 중)


     

사랑을 하며 우리는 사랑하는 상대에게 애틋함, 아껴주고 싶은 마음, 설레임만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관계에 대한 고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요소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관계를 지속할 수록 권태를 느끼고 관성에 의해 무기력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기 싫다기보다 '사랑은 하고 싶은데 관계는 하기 싫은 것'이다. 내가 느끼는 느낌과 생각에 귀를 기울이고 정확히 바라보려 하는 것, 나의 언어로 표현하려는 노력에서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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