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이코노미를 높이는 훈련
지난 편에서는 러닝 이코노미를 깎아먹는 것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편은 반대편입니다.
어떻게 하면 러닝 이코노미(달리기 효율)를 높일 수 있는가.
그리고 여기에는 하나의 역설이 있습니다.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 더 천천히 달려야 한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실력을 높이기 위해 매번 힘껏 달립니다.
빠르게, 숨차게, 힘들게.
그래야 실력이 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러닝 이코노미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만으로는 반쪽짜리 접근입니다.
천천히 오래 달리는 훈련, 흔히 LSD(Long Slow Distance)라고 부르는 방식이 있습니다.
최대 심박의 65~75% 수준.
옆 사람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강도입니다.
이 강도에서 몸은 여러 가지 적응을 만들어냅니다.
지근 섬유가 강화되고, 미토콘드리아 밀도가 높아지고, 지방을 에너지로 쓰는 능력이 발달합니다.
이런 변화들은 결국 러닝 이코노미와 연결됩니다.
같은 속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달리기를 오래 한 사람들이 쉬운 달리기를 많이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 느린 달리기들이 바탕이 되어, 빠른 달리기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천천히 달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빠른 속도 자체에 몸이 익숙해지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인터벌 훈련입니다.
짧고 강한 반복.
400m나 1km를 목표 페이스보다 빠르게 달리고, 회복하고, 다시 반복하는 방식입니다.
이 훈련은 심폐 능력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신경근 효율을 끌어올립니다.
신경근 효율이란, 뇌에서 근육으로 신호를 보낼 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반응하는가를 말합니다.
많이 훈련된 몸은 같은 속도를 내는 데 더 적은 근육 섬유를 동원합니다.
불필요한 근육들은 쉬고, 필요한 근육들만 일합니다.
인터벌 훈련은 몸이 이런 패턴을 익히도록 자극합니다.
즉, 단순히 심장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달릴 때의 몸 쓰는 법 자체가 좋아지는 것입니다.
(보폭을 뜻하는 스트라이드와는 다른 의미입니다)
인터벌보다 가볍지만, 신경근 자극에 효과적인 훈련도 있습니다.
바로 스트라이드 주(走)입니다.
스트라이드는 수준에 따라 50~150m 정도를 3~6회 반복하는 짧은 가속 훈련입니다.
처음에는 짧게 시작하고, 익숙해지면 거리와 횟수를 조금씩 늘리면 됩니다.
강도는 높지만 거리가 짧기 때문에 피로 누적은 크지 않습니다.
대신 몸이 빠른 속도의 감각을 기억하게 만듭니다.
스트라이드를 꾸준히 하면 빠른 속도가 덜 낯설어집니다.
몸이 그 속도를 더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이 역시 러닝 이코노미를 높이는 한 방식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근력 훈련을 직접적으로 길게 다룬 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달리기는 결국 달리는 운동이니까요.
하지만 러닝 이코노미를 높이는 데 있어 근력 훈련의 역할은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하체와 코어가 중요합니다.
하체 근력이 충분하면 지면을 밀어내는 힘이 좋아집니다.
같은 페이스를 내는 데 더 적은 노력이 필요해집니다.
코어가 안정되면 에너지가 몸통의 흔들림으로 새지 않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더 효율적으로 전달됩니다.
도움이 되는 운동도 아주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스쿼트, 런지, 힙 힌지, 싱글레그 스탠드 같은 하체 운동.
플랭크, 데드버그, 버드독 같은 코어 안정화 운동.
이런 것들을 주 2회 정도 달리기와 병행하면, 몇 달 뒤 달리기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육을 크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달리기에 필요한 힘을 갖추는 것이 목적입니다.
엘리트 선수들의 훈련 강도 분포를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있습니다.
대략 80%는 매우 쉽게, 20%는 매우 강하게 달립니다.
반면 중간 강도,
즉 어느 정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전력도 아닌 애매한 구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이것을 폴라리제이션(Polarization), 양극화 훈련이라고 합니다.
쉬운 달리기는 기초를 쌓고, 강한 달리기는 몸에 강한 자극을 줍니다.
그런데 중간 강도는 둘 다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기초를 쌓기에도, 강한 자극을 주기에도 부족한데 피로는 피로대로 남습니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러너들은 이 구간에 너무 많은 훈련을 쏟아붓습니다.
늘 조금 힘들게 달립니다.
그런데 그 방식은 의외로 효율을 높이는 데 불리할 수 있습니다.
쉬운 날은 더 쉽게, 강한 날은 더 강하게.
이 구분을 분명히 하는 것이 러닝 이코노미 향상에 더 효과적입니다.
러닝 이코노미는 단기간에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달리는 날들, 인터벌 훈련들, 스트라이드의 짧은 자극들, 근력 운동들.
이런 것들이 몸에 조금씩 새겨지다가, 어느 날 달리기가 전과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이 옵니다.
같은 페이스가 더 편해집니다.
덜 지치고, 더 오래 달릴 수 있게 됩니다.
그 변화의 이름이 바로 러닝 이코노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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