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달리기는 지금 얼마나 경제적인가
러닝 이코노미 챕터를 시작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VO2max는 엔진의 크기이고, 러닝 이코노미는 연비입니다.
엔진이 아무리 좋아도 연비가 나쁘면 오래, 빠르게 달리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엔진이 아주 크지 않아도, 몸을 효율적으로 쓰는 사람은 생각보다 잘 달립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러닝 이코노미가 무엇인지, 무엇이 달리기 효율을 깎아먹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경제적으로 달릴 수 있는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편은 러닝 이코노미 이야기의 마지막입니다.
새로운 훈련법을 하나 더 얹는 편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이 내 몸에서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지 확인하는 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 달리기는 얼마나 경제적인가.
내 달리기는 전보다 덜 낭비하고 있는가.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정확한 러닝 이코노미는 실험실에서 측정합니다.
트레드밀 위에서 일정한 속도로 달리면서 마스크를 쓰고, 산소를 얼마나 쓰는지 측정합니다.
같은 속도를 내는 데 산소를 덜 쓴다면, 러닝 이코노미가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 러너가 이런 검사를 자주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봐야 합니다.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는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경제적이다’는 실험실에서 측정하는 좁은 의미의 러닝 이코노미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일반 러너가 체감할 수 있는 달리기 효율.
즉, 같은 속도와 거리를 전보다 적은 부담으로 처리하는 몸의 변화를 함께 보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입니다.
내 몸이 같은 달리기를 전보다 덜 낭비하며 처리하고 있는가.
달리기는 앞으로 가는 운동입니다.
그런데 발이 몸보다 너무 앞에 떨어지면, 매 걸음마다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몸은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발은 앞에서 땅을 막고 있습니다.
이러면 같은 페이스를 내도 더 많은 힘이 필요합니다.
러닝 이코노미를 깎아먹는 대표적인 움직임입니다.
훈련이 쌓이면 이 느낌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발이 멀리 앞에 꽂히는 느낌이 줄어듭니다.
발이 몸 아래쪽에 조금 더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착지한 발 위로 몸이 부드럽게 지나갑니다.
앞에서 막히는 느낌보다, 앞으로 굴러가는 느낌이 생깁니다.
이것은 억지로 보폭을 줄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앞꿈치로 뛰라는 뜻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발의 어느 부위로 착지하느냐보다,
착지가 내 몸을 멈추게 만들고 있는가입니다.
같은 힘을 써도 덜 멈추고, 덜 부딪히고, 더 앞으로 간다면.
그 달리기는 조금 더 경제적입니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몸은 어느 정도 위아래로 움직입니다.
완전히 안 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많이 튀면 문제가 됩니다.
달리기는 앞으로 가는 운동인데, 몸이 계속 위로 솟으면 에너지가 위쪽으로 새어 나갑니다.
앞으로 가야 할 힘이 위로 빠지는 것입니다.
러닝 이코노미가 좋은 달리기는 높이 뛰는 느낌보다, 앞으로 미끄러지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발을 디딜 때마다 몸이 크게 출렁이지 않습니다.
머리 높이가 심하게 오르내리지 않습니다.
상체가 덜 흔들리고, 착지가 더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물론 이것도 억지로 몸을 낮추라는 뜻은 아닙니다.
몸을 누르듯이 달리면 오히려 자세가 더 어색해질 수 있습니다.
수직 이동은 억지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달리기가 정리되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쪽이 좋습니다.
발이 덜 앞에 떨어지고, 리듬이 안정되고, 불필요한 힘이 빠지면 몸은 자연스럽게 덜 튑니다.
그리고 그만큼 에너지는 앞으로 더 잘 쓰입니다.
러닝 이코노미는 자세 하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발, 팔, 호흡, 보폭, 케이던스가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리듬으로 맞아갈 때 달리기는 더 경제적이 됩니다.
예전에는 다리만 바쁩니다.
호흡은 급하고, 팔은 따로 움직이고, 상체는 긴장합니다.
페이스는 유지하고 있지만, 몸 전체가 서로 싸우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훈련이 쌓이면 어느 순간 달리기에 리듬이 생깁니다.
발이 일정하게 떨어집니다.
팔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호흡도 어느 정도 박자를 잡습니다.
몸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케이던스 숫자 하나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180이냐, 175냐, 170이냐가 핵심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내 속도에서 몸이 자연스럽게 굴러가고 있는가입니다.
발이 너무 앞에 떨어지지 않는가.
보폭이 과하게 벌어지지 않는가.
팔과 다리가 서로 방해하지 않는가.
호흡이 페이스를 완전히 망가뜨리지 않는가.
이런 것들이 맞아가기 시작하면 같은 페이스도 덜 힘들게 느껴집니다.
속도를 억지로 끌고 가는 느낌이 아니라,
몸이 그 속도에 올라타는 느낌이 생깁니다.
그때 달리기는 조금 더 경제적이 됩니다.
초보 러너는 생각보다 많은 힘을 쓰며 달립니다.
다리에만 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턱이 굳습니다.
목이 긴장합니다.
팔이 과하게 흔들립니다.
상체가 필요 이상으로 흔들립니다.
문제는 이런 힘들이 앞으로 가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에너지를 새게 만듭니다.
좋은 달리기는 힘을 많이 주는 달리기가 아닙니다.
필요한 곳에는 힘이 들어가고, 필요 없는 곳에서는 힘이 빠지는 달리기입니다.
어깨는 낮아지고, 손은 가볍고, 팔은 자연스럽게 움직입니다.
상체는 무너지지 않지만, 굳어 있지도 않습니다.
호흡도 전보다 덜 급해집니다.
이런 변화가 생기면 달리기가 조금 조용해집니다.
꼭 소리만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몸 전체가 덜 시끄러워지는 것입니다.
여기저기 힘을 주며 버티던 달리기가, 조금씩 정리된 달리기로 바뀝니다.
러닝 이코노미가 좋아진다는 것은 결국 이런 변화에 가깝습니다.
힘을 더 쓰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힘을 덜 쓰는 쪽으로 가는 것.
인터벌 훈련이나 스트라이드를 꾸준히 했다면 이런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킬로미터당 4분 30초 페이스가 거의 전력 질주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짧은 구간이라면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예전에는 빠르게 뛰면 몸이 따로 노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움직입니다.
다리가 빨리 돌고, 팔도 맞춰지고, 호흡도 전보다 덜 당황합니다.
몸이 그 속도를 조금씩 알게 된 것입니다.
이건 단순히 근력이 좋아졌다는 말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신경과 근육의 연결이 좋아지고, 불필요한 힘이 줄고, 빠른 움직임에 대한 몸의 거부감이 낮아진 것입니다.
물론 빠른 페이스를 오래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처음부터 오래 유지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짧게라도 몸이 그 속도를 경험하는 것.
그 경험이 쌓이면 어느 순간 그 속도가 조금 덜 무서워집니다.
빠른 속도가 낯설지 않아진다는 것은, 몸이 더 다양한 속도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달리기 효율이 좋아지는 과정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말한 것들은 각각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브레이크가 줄고, 몸이 덜 튀고, 리듬이 생기고, 불필요한 힘이 빠지면 달리기 전체의 느낌이 달라집니다.
같은 페이스가 전보다 덜 거칠게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6분 페이스도 몸으로 억지로 끌고 가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발소리가 줄어듭니다.
호흡이 덜 급해집니다.
후반부에 자세가 덜 무너집니다.
달리고 난 뒤 피로도 조금 덜 남습니다.
심박수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코스, 비슷한 날씨, 비슷한 컨디션에서 같은 페이스를 달렸는데 평균 심박수가 전보다 낮아졌다면 좋은 신호입니다.
같은 속도를 내는 데 몸이 받는 부담이 줄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을 전부 러닝 이코노미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심폐 능력이 좋아졌을 수도 있고, 근지구력이 좋아졌을 수도 있고, 그날 컨디션이 좋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심박수 하나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 신호를 함께 보는 것입니다.
같은 페이스인데 덜 거칠다.
후반부에 덜 무너진다.
발소리가 조용하다.
호흡이 안정적이다.
어깨에 힘이 덜 들어간다.
달리고 난 뒤 몸이 덜 망가진다.
이런 변화들이 함께 나타난다면 내 달리기는 분명히 더 경제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스로에게 다섯 가지만 물어보면 됩니다.
발이 앞에서 브레이크를 걸고 있지는 않은가.
몸이 위아래로 과하게 튀고 있지는 않은가.
발, 팔, 호흡에 리듬이 생겼는가.
어깨와 팔, 손에 불필요한 힘이 빠졌는가.
빠른 페이스가 전보다 덜 낯설어졌는가.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면 좋습니다.
같은 페이스와 같은 거리에서 전보다 덜 거칠게 느껴지는가.
이 질문들 중 두세 가지가 좋아지고 있다면, 내 달리기는 분명히 경제적으로 변하고 있는 중입니다.
기록이 갑자기 줄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몸은 기록보다 먼저 달라집니다.
기록은 그 변화가 숫자로 드러나는 순간일 뿐입니다.
러닝 이코노미는 엘리트 선수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레벨 30의 달리기가 레벨 50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도, 달리기 효율의 개선은 함께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30분을 쉬지 않고 달리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그때는 효율을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냥 안 멈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훈련이 쌓이면 달라집니다.
발디딤이 안정되고, 케이던스가 자연스러워지고, 보폭이 정리되고, 호흡이 덜 급해집니다.
처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달라져 있습니다.
내가 일부러 전부 고친 것도 아닌데, 몸이 알아서 조금 더 나은 방식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레벨이 오른다는 것의 실제 의미입니다.
숫자는 결과를 확인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진짜 변화는 몸 안에서 일어납니다.
러닝 이코노미 챕터는 여기서 마칩니다.
달리기가 왜 효율적으로 변하는지.
무엇이 그 효율을 깎아먹는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경제적으로 달릴 수 있는지.
그리고 내 달리기가 좋아지고 있는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이 이야기를 알고 달리는 것과 모르고 달리는 것은 다릅니다.
앞으로 달릴 때, 그냥 페이스만 보지 않게 됩니다.
내 발이 어디에 떨어지는지 보게 됩니다.
몸이 위로 튀고 있는지 느끼게 됩니다.
발소리를 듣게 됩니다.
호흡의 리듬을 느끼게 됩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는지, 팔이 따로 놀고 있는지, 쓸데없이 몸과 싸우고 있는지를 보게 됩니다.
그렇게 달리기를 조금 더 자세히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결국 레벨을 만듭니다.
더 빠르게 달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더 멀리 달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오래 달리는 사람은 결국 압니다.
좋은 달리기는 힘을 더 쓰는 달리기가 아니라,
쓸데없는 힘을 덜 쓰는 달리기라는 것을.
러닝 이코노미는 거창한 과학 용어가 아닙니다.
내 몸이 조금 더 조용하게, 조금 더 자연스럽게, 조금 더 오래 달릴 수 있게 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쌓이면 어느 순간 알게 됩니다.
내가 전보다 빨라진 것만이 아니라,
전보다 덜 낭비하며 달리고 있다는 것을.
그게 이번 챕터에서 말하고 싶었던 달리기 효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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