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무관심의 시기>
필자는 원래 옷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전형적인 공대생처럼 어머니께서 사준 옷만 입고, 스스로 어떤 옷을 보고 “가져보고 싶다”라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물론 모든 공대생들이 그렇지는 않다…)
왜 그런 것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 가지 기억이 떠오른다. 어릴 적 잠시 사촌 형이 우리 집에서 머물렀던 적이 있는데, 당시 중학생이었던 형은 한창 옷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외숙모께서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우스갯소리로 필자는 옷보다 공부에 관심이 많아서 좋겠다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얘기를 듣곤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옷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그다지 좋은 게 아니구나’라고 멋대로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정말 옷에 대한 관심이 전무하여 신발 바닥 접착제가 떨어져 나갈 때까지 같은 신발만 신었다. 특히 매일 교복만 입고 학원을 오고 가던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더욱 시야가 좁혀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최초 관심의 계기; 클래식 의복>
우선,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지게 된 스타일은 ‘클래식’이다. 흔히들 정장, 클래식 의류 하면 킹스맨을 떠올리는데, 필자의 경우는 미국 시트콤 ‘How I Met Your Mother’을 통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아래 포스터의 가장 우측 캐릭터인 ‘Barney’(Neil Patrick Harris)는 정장, 즉 슈트에 광적인 집착을 가진다. 이유야 뭐 불순하지만… 우스꽝스럽고 매력이 넘쳐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9개의 시즌 내내 정장만 입고 나오며, 정장 자체에 대한 에피소드도 여러 개다 보니 필자도 자연스레 ‘그렇게 좋은가?’하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클래식 의복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니 생각보다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것을 알고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클래식 의복은 말 그대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그러한 특성이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그렇기에 소재와 단정한 형태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울과 리넨, 가죽 등의 소재가 고급질수록 가격은 자연스레 올라간다. 게다가 학교에 다니는 입장에서 정장을 매일 입는 것은 아무래도 상상하기 어려웠기에 관심은 여기서 그쳤다. 그저 나중에 취직하면 정장을 입는 일이 많을 테니, 나중에 그때 가서 실천에 옮겨야지.. 하고 막연하게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 이후 2차 관심>
사실 클래식 의복에 관심을 가졌다고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좋은 옷’이나 패션 등에 너무나도 무지해 무얼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그야말로 엄청난 상태였다 생각한다. 같은 동아리 선배가 엉망으로 다니며 여자 친구가 없다고 징징대는 필자의 모습을 보다 못해 ‘관리 좀 하고 옷도 좀 잘 챙겨 입으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해줬지만, 캔버스가 없으면 붓을 들어도 그림을 그릴 수 없는 법이다.
그렇게 해괴한 옷을 입으며 대학생활 절반을 보내고, 입대했다. 군대에서는 늘 그렇듯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옷에 정말 관심이 많은 후임이 하나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위해 알바를 하고, 구매 후 리뷰 및 잘 사용하다 중고로 되팔고 이를 반복한다고 했다. 그때 처음으로 저렇게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옷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느꼈다.
전역 후에는 전공 공부를 뒤쫓으면서도 졸업 전에 연애 한 번은 해보고 싶어 깔끔하게 입는 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때 즈음에는 패션 유튜버들이 한창 콘텐츠를 뽑아낼 때여서 정보를 얻기 편했다. 한창 유튜브와 카페에서 정보를 얻으며 시행착오를 거듭할 당시, 마침 운 좋게 취업도 했다. 지갑이 더 넓게 열리고 선택의 폭이 넓어져 관심이 더욱 커진 점도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국내 패션 유튜버들은 스트릿 및 캐주얼 쪽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그쪽에 사람들이 제일 많기도 하니 어쩔 수 없으리라. 계속 그쪽에 관련된 영상을 보다 보니 처음에는 스트릿 쪽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후 청바지나 워크웨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관련된 가게도 직접 방문해 옷을 착용해보며 스타일을 잡아가는 중이다.
이제는 조금 절제해도 좋겠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머릿속 한편에선 아직 무얼 사야 하는지 리스트로 정리하는. 자신이 조금 무섭기도 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