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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도령 Feb 27. 2022

테니스화로 첫 받을 내딛다

Nike Killshot 2 리뷰

“좋은 신발에 투자하라”, 옷에 처음 관심을 가졌을 때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여기에는 2가지 정도 이유가 있다.

1. 전체적인 룩에서 포인트를 주기 쉽고 영향력이 다른 옷에 비해 강하다.

2. 계절을 덜 타기 때문에 착용 횟수가 높아 다른 옷에 비해 가성비가 좋다.(Cost per wear)


너무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해지니 킬샷 얘기로 넘어가자.

나이키 킬샷2(네이비 색상)

킬샷 2는 1979년 동명으로 발매된 테니스화의 스타일을 재해석해 디자인된 테니스화이다. 흰색 바탕에 나이키 시그니쳐 로고가 들어간 간단명료한 외형 덕분에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하단의 고무 아웃솔, 회색 스웨이드, 흰색과 남색 가죽 재질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질리지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멋지다고 느껴지는 디자인을 볼 때마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라는 생텍쥐페리의 명언이 생각난다.


킬샷 2의 배경

1979년 발매된 킬샷1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킬샷의 원형 모델은 1979년 라켓볼 및 스쿼쉬용 신발로 발매되었다. 당시에는 메쉬 소재를 사용한 점이 다르지만 전체적인 실루엣은 70년대 유행한 운동화의 형태로, 기존과 유사해 보인다.


2009년 나이키는 이 신발을 가죽 소재로 재해석해 미국의 소도매 업체인 J.Crew와 콜라보하여 발매하였다. 나이키가 옛날 제품을 재해석해 발매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지만,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끼치게 된 데에는 추가적인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Sneakerhead”(운동화 수집) 문화의 보급이다. 한정판 발매와 제한된 수량을 가지고 펼친 운동화 업체들의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며 기존에는 소수의 인원만 즐기던 운동화 수집가 문화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지게 되었다.


두 번째는 과하지 않고 덜 튀는 디테일의 유행이다. 로고가 작게 들어가는 logo-less, 튀지 않는 normcore 스타일을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면서 킬샷 2는 더욱더 주목을 받게 되었다.


과거 스타일의 재해석, 스니커 헤드 문화 보급, 심플한 디자인의 유행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해외 및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보면 되겠다. 실제로 해외 및 국내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서 꾸준히 추천되었고 이 점도 킬샷 2의 11년간 이어진 인기에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징 및 장단점

이 신발의 역시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무난함”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하고 부담 없는 색 조합 덕분에 어떤 옷과 입어도 어울리고 배치하기가 쉽다. 에어포스 1이나 스탠 스미스 같은 운동화들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와 같다. 단순히 신발이 아름답게 생긴 것과 실제 착용 시 전체적으로 어울리는가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이 장점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다른 특징으로는 사이즈에 대한 혼란이 아닐까 싶다. 신발을 많이 구매해본 사용자라면 자신의 발의 사이즈보다 크게 신는 것이 일상이지만 처음 구매하는 입장에선 그렇지 않다. 발볼이 평균보다 좁은 사람이 아니라면 5~10 사이즈를 크게 신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점은 역시 착용감이 아닐까 싶다. 많은 단화가 그러하듯 바닥과의 충격 흡수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장시간 착용 시 발의 피로도가 축적된다. 필자도 착용 시에는 늘 충격방지 깔창을 함께 착용하곤 한다.


개인적 의미 및 구매 이유

나름 닦았는데도 빈티지함이 묻어난다…

킬샷 2는 필자에게 있어서 많은 “첫 순간”을 가져다준 신발이다. 스스로 옷을 구매해 본 적이 없던 필자가 처음으로 직접, 그것도 첫 직구로 구매해본 신발이다. 또한 현재 직장에서 인턴생활을 하고 취업하여 오늘날까지도 신고 있다. 거의 2년 동안 신으며 때도 많이 타고 주름도 많이 졌지만, 오히려 빈티지한 느낌이 들어 부담 없이 자주 착용하곤 한다.


구매 이유는 역시 처음 보고 반했기 때문이다. 옷에 관심이 있기 전부터 빈티지한 제품을 사랑하던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이 신발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또 워낙에 다른 분들이 추천을 많이 했던 점도 있다. 당시 없던 돈을 아껴 거금으로 느껴진 돈으로 샀기에 오늘날 어떤 신발을 사는 것보다도 큰 기쁨을 느꼈던 것 같다.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잇는 연결고리는 언제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은 미숙하지만 킬샷 2를 입은 필자의 사진으로 마무리해볼까 한다.

맛있는 피자를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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