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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도령 Jun 11. 2022

Rebecca(1940)

관객까지 가지고 노는 그녀의 유령(9/10)

레베카는 제목이 말해주듯 "Rebecca"라는 인물에 대한 영화이다. 뭐 그리 뻔한 소리를 하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만, 이 영화에 레베카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그녀를 둘러쌌던 물건, 사건, 인물들만이 나올 뿐이다. 그러함에도 그녀의 존재는 너무나도 거대하게 느껴진다.


이 영화는 마치 물결이 퍼지듯 점진적으로 많은 것을 강조한다. "레베카"라는 사람의 존재로부터 그녀의 죽음의 원인, 일상 루틴, 생각까지 밖에서부터 그녀의 내면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러한 흐름은 동시에 영화의 시작적인 요소와 함께 등장한다. 그녀의 소지품에 적힌 이니셜 "R"의 반복적인 등장, 그녀의 거대한 방 의류 순으로 개념적인 것으로부터 실체적인 존대들까지 많은 것들이 소개된다.

여주인공과 덴버스 부인

레베카의 존재가 커져가는 만큼 여주인공은 점점 초라하고 작아진다. 그녀는 자꾸 레베카와 자신을 비교하게 되어 자기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그러한 모습이 나타난다.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자칫하면 여주인공이 수동적이고 약한 인물로 보일 수 있을 텐데, 그녀 나름의 저항을 보여줌으로써 이를 방지한 점이다. 레베카처럼 스타일리시하게 입어보려는 시도나 덴버스 부인에게 저항하는 모습이 그런 장면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시도들은 실패하고 레베카는 여주인공의 실패로 인해 더욱 대단하고 크게 느껴진다. 


레베카의 그림자는 마지막까지 우리를 가지고 논다. 처음에는 여주, 그다음은 남편 맥심이 레베카의 유령에 시달린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주변 모든 인물들까지 먹어 삼켜 마침내 관객에게까지 다가온다. 이 또한 하나의 확장의 개념이라 생각되며, 굉장히 기억에 남는 요소였다.


영화의 다른 장점은 세심한 표현력이다. 흑백 영화인만큼 빛의 영향이 강하기에, 인물들의 심리를 얼굴에 비치는 빛을 통해 강조하는 모습은 늘 보기 좋다. 예시로는 여주인공 부부가 신혼여행 영상을 보기 위해 불을 끈 장면이나 레베카의 방이 처음 등장했을 때 덴버스 부인의 얼굴에 위압감이 나타나는 장면 등이 그렇다.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여주의 초라함 또한 굉장히 잘 나타냈다. 맨들리에 도착하기 전 내린 소나기에 젖은 그녀의 초라한 모습과 대비되는 댄버스 부인의 도도한 모습에 꿇리는 연출이 가장 대표적이다. 외에도 안절부절못한 그녀의 손동작, 개조된 손님방을 사용하는 점, 하인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 등이 그렇다.


서스펜스의 대가 히치콕의 작품인 만큼, 믿고 봐도 좋다. 인상적인 대사로는 덴버스 부인의 "He wants to stay alone with her"이 기억에 남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역시 맥심이 레베카의 죽음을 설명하며 카메라가 빈 방을 움직이며 그녀의 유령을 담은 장면이다. 그런 식으로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어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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