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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도령 Sep 25. 2023

02. 불안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불안의 이해

이번 글에서는 "불안"이 무엇이며 사람이 무엇을 왜 두려워하는지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우선, 불안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먼저 한 가지 사실을 짚고 넘어가 보자.


구식인 몸에 장착된 신형 소프트웨어


인간의 생물학적 몸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구식이다. 현재의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30만 년 전에 처음 나타났으며 이 이후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4~5만 년 전 즈음에는 도구나 예술적인 공예품을 만드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이는 개인이 아닌 집단적 지능 향상으로 인한 결과라고 한다. 4만 년 전 인류의 수가 급증하며 사람들은 서로 더 자주 소통하게 된다. 그 덕에 지식이나 기술은 후대에 갈수록 축적되고 더욱 깊이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사람들과 현대인들이 신체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16만 년 전 사람과 현대인의 두뇌는 모양이나 크기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달라진 것은 자신과 타인의 지식을 병렬로 연결하여 축적 및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크게 변하지 않은 우리의 신체와는 달리 현대 사회는 인류의 탄생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급변하고 있다. 굉장히 진부한 말이지만 사실임에는 틀림없다. 인간이 소통할 수 있는 범위와 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우리의 사회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문자, 인쇄기술, 이동수단의 발전, 전보/전화기 등의 전기통신, 컴퓨터와 인터넷이 탄생할 때마다 인류 전체적인 발전속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했다. 이전에는 몇 세대에 걸쳐야 간신히 이동하던 거리를 지금은 광속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리 여러 번 들어도 경이로운 사실이다.


광속으로 소통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이전과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깨우치고 나날이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함에도 우리의 몸은 몇십 만 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수많은 부작용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필자가 그중에 가장 대표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불안이다.


불안으로부터 보호받는 인간

불안은 왜 존재하고 인간에게 있어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불안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인간도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진화를 거듭하며 자연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을 유전적으로 구축해 왔다. 그 시스템 중에 한 부분이 불안이다.


한 마리의 원숭이가 들판에서 사자를 마주쳤다고 생각해 보자. 원숭이는 사자를 보고 위협으로 인식할 것이고 숨이 가빠지며 긴장 및 불안에 휩싸일 것이다. 갑자기 몸에 오한이 들고, 주변이 흐릿해지며 지면과의 마찰을 증가사키기 위해 손에 땀이 차게 될 것이다. 또 위협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되고 생존을 위해 수많은 생각이 동시에 들을 것이다.


현대의 인간도 위에 예시로 든 원숭이와 똑같이 설계되어 있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위협을 느끼게 되면 자신의 신체를 전투나 도망치기 위한 최적의 상태로 만들게 된다. 먼저 뇌의 감정 중추인 편도체는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 몸에 아드레날린을 방출시킨다. 그다음으로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도 가빠진다. 근육에 산소를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폐, 기도, 혈관은 팽창하며 위협의 대상에 집중하기 위해 눈동자는 커지고 주변 시야는 흐릿해진다. 위협 이외의 생각들이나 기관들은 작동을 중지한다. (식욕, 성욕, 수면욕 등의 욕구보다는 당장 생존이 중요하기 때문) 침의 분비와 소화는 중지되며 혈액은 위나 피부보단 근육으로 집중되며 성적인 신경은 차단된다.


위 설명을 보면 불안과 그에 따른 현상은 기가 막히도록 완벽하게 설계되었다. 생존 하나에 온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불안은 모든 동물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감정으로 발전했다.


동물들은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하고 위협으로 벗어나기 위해 불안을 본능적으로 기피하게 되었고, 보상회로를 통해 안정적인 상황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인간도 똑같이 자연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외부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문명을 발전시켰다. 건축물과 의복을 발전시키고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통해 물리적인 요소로부터 몸을 보호하였으며 생존에 직결된 단기적인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졌다.


불안의 관성

아이러니하게도 인류가 살아남기 적합한 환경이 구축된 이후에도 우리 몸은 혹독한 자연 속에서 살아남던 시기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똑같이 불안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결과 우리는 추상적인 대상과 먼 훗날의 불확실한 위협을 두려워하며 그로부터 눈을 돌리기 위해 매 순간 즐거움을 쫓고 있다.


우리의 몸은 생존을 가장 우선시하기 때문에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도 계속하여 위험을 찾는다. 선대에서 그런 개체들만 살아남아왔으며 그런 특성을 그대로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잘 모르거나 친숙하지 않은, 달리 말하면 경험해 본 적 없는 환경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미 안전하다고 인지하는 상황이나 환경에는 위험한 요소가 없으나 자신이 알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는 생존을 위협할 만한 요소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인지 외에도 통제력도 불안과 밀접한데, 이는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인한다. 반대로 어떠한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면 자신이 생각할 수 없는 방향으로 무언가가 일어나고, 거기서 위협을 느낄 수 있기에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현대 사회에서 추상적인 대상을 두려워한다. 수많은 요소에서 불안을 느낄 수 있지만 그 근원은 모두 우리 내면에 있는 생존에 대한 갈망, 위협을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다. 직업, 애정 갈구, 사회적 성공, 능력에 대한 평가에 대한 불안 모두 이로부터 피어난 두려움이다.


두려움의 대상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분류가 가능한데 이는 아래와 같다.


1. 재앙적 두려움: 어떠한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믿음으로부터 기인한 두려움

--> 분리 불안,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도 여기에 속함(거미, 뾰족한 물건, 무대공포증 등)


2. 평가에 대한 두려움(사회 불안 장애): 나름 흔한 두려움으로, 자신이 관찰되고 평가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3. 통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 공황 장애의 상당 부분이며, 광장공포증처럼 발작을 촉발할 만한 공공장소 기피하는 두려움도 포함한다.


4.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범불안장애, 강박 장애(OCD)로 충동과 생각에 집착하게 되는 두려움


추가로 이전에 자신이 경험했던 위험과 유사한 상황에서 느끼는 트라우마적 불안도 있는데, 이는 나름 잔혹한 "꼬마 알버트의 실험"으로 입증되었다. 이는 알버트라는 아기를 흰 쥐에게 접근시키고 쥐와 가까워질 때마다 크고 무서운 소리를 내어서 흰 쥐에 대한 공포증을 학습시킨 실험이다. 여기서 쥐뿐만 아니라 비슷한 털 달린 동물, 산타클로스 수염 등도 두려워하는 결과를 보임으로써 사람이 후천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통해 공포나 불안을 학습하고 이를 확장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아무튼 사자와는 달리 우리는 이런 추상적인 개념들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우리의 뇌가 주변 상황을 위험하다고 판단해 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그로부터 물리적으로 도망칠 수 없다. 이렇게 도망칠 수 없는 불안이 심화되면 우리의 편도체는 과도하게 민감해진다. 일상적인 환경에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가상의 위협을 감지하여 아드레날린 연쇄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이는 다시 주변 환경에서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사람을 유도하며 해소되지 않을 경우 반복된다.


이러한 악순환이 이어져 불안 장애로 발달되면 사람은 주변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인지가 어려워지고 인식을 바꾸기 어려워진다. 논리적인 생각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은 불안에 몰두한 편도체를 제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불안은 이와 같이 우리로부터 불리시킬 수 없는 대상이다. 불안이 싫고 고통스러워서 이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의 몸에 깊게 프로그래밍된 시스템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불안을 느끼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생존을 위해선 공포도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현명하게 자신의 불안감을 잘 통제할 수 있는 정신을 지향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다큐멘터리 The Mind, Explained (익스플레인: 뇌를 해설하다)-시즌1-3화, 불안에 대하여

Kurzgesagt – In a Nutshell

1. What Happened Before History? Human Origins

(https://www.youtube.com/watch?v=dGiQaabX3_o)

2. Loneliness

(https://www.youtube.com/watch?v=n3Xv_g3g-mA)


수십만 년 원시인을 인공지능 교수로 키울 수 있을까https://brunch.co.kr/@62c9b87afb494b0/632


Endocranial ontogeny and evolution in early Homo sapiens: The evidence from Herto, Ethiopia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12355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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