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크롬북이 바꾼 3학년 교실

정답보다 과정을 배우는 아이들

by 두유진

올해부터 우리 학교 3학년 교실에도 크롬북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아이들은 이제 수업 시간에 노트북을 켜고 자료를 찾고,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생각을 나눈다. 처음에는 새로운 기기를 다루는 데 어색함도 있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크롬북을 켜고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수업의 방식이다. 예전에는 교과서 속 내용을 외우고 따라 쓰는 일이 많았다면, 지금은 “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배움의 중심이 되었다. 특히 사회 시간이 그렇다. 예전에는 “우리 고장의 모습”이라는 단원을 배우며 지도만 따라 외웠지만, 지금 아이들은 팀을 이루어 실제로 구글 지도를 검색하고, 해당 지역의 특징을 스스로 정리한다. “왜 그 지역에 시장이 많은지”, “산과 강은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단순히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고, 때로는 충돌하며 정답에 가까운 해답을 함께 만들어간다.


기술이 만든 변화, 그리고 감정의 필요성


디지털 도구인 크롬북은 아이들의 학습 도구일 뿐만 아니라 소통과 협업의 매개체가 되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교실의 변화를 이끌 수 없다. 오히려 기술이 중심이 될수록, 더 많은 감정 조절력과 협력 능력, 그리고 자기 성찰 능력이 필요해졌다.


예를 들어, 자료 조사 활동에서 의견이 다를 때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누군가는 리더가 되고, 누군가는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발표를 앞두고는 “틀리면 어쩌지?”라는 불안감도 생긴다.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회복탄력성(리질리언스)이다. 실수하거나 다툰 뒤, 다시 관계를 회복하고 과제를 이어가는 힘. 발표에서 실수를 하고도 “괜찮아,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어” 하고 자기 자신을 다시 믿는 힘. 이 모든 것이 크롬북을 활용한 수업 안에서 끊임없이 연습되고 있다.


답을 외우는 시대에서, 생각을 키우는 시대로


과거의 수업이 “정답을 얼마나 잘 외우느냐”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수업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얼마나 잘 탐색하느냐”를 중심에 두고 있다.


“왜 그렇게 생각했어?”

“다른 방법은 없을까?”

“그 생각의 근거는 뭐야?”


이런 질문은 단순히 공부를 잘하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자기의 생각을 의식하고 조절하며 사고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을 키우는 질문이다. 메타인지가 잘 발달된 아이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실수했을 때 원인을 찾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즉, 자기 자신과 대화할 줄 아는 아이가 되는 것이다.


크롬북 수업에서는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구글 문서로 글을 쓰고, 친구와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훈련을 매일같이 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교사가 정해주는 정답이 아니라 자신만의 언어와 방식으로 지식을 구성해 나간다는 점이다.


협력이 중심이 된 교실, 관계에서 배우는 힘


크롬북이 중심이 된 수업에서는 혼자보다는 함께하는 학습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팀 활동이 늘어나고, 발표 수업도 잦아졌다. 그래서 더더욱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배려, 존중, 소통의 태도다. 다른 친구의 의견을 듣고, 나의 생각을 양보하거나 보완할 줄 아는 능력. 그것은 시험 문제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평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삶의 힘이다.


아이들은 수업을 통해 배우는 것만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배우고, 감정을 통해 성장한다. 어떤 날은 친구와 부딪치기도 하고, 어떤 날은 팀워크가 잘 맞아 흐뭇해 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경험이 아이들의 사회 정서 역량을 자극하고 키워준다.


기술 중심의 교실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기술이 교실에 들어오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단지 ‘도구’가 바뀐 것이 아니다. 교사의 역할, 아이의 태도, 그리고 배움의 구조 전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변화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기계는 도와줄 수는 있어도, 아이의 감정과 성장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크롬북이 있든 없든, 결국 교실에서 아이들을 성장하게 하는 건, 실패를 허용하는 분위기, 서툴러도 시도하게 만드는 격려, 함께 배우고 함께 웃는 경험이다.


3학년 교실은 지금, 조용히 그리고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


크롬북이 교실에 들어오면서, 아이들은 더 많이 검색하고, 더 자주 협력하고, 더 깊이 사고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변화는 마음을 다루는 수업이 늘었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스스로를 인식하고 회복하는 법을 배운다는 점이다.


우리는 단지 새로운 기기를 배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아이와 교사의 따뜻한 시선이 함께한다.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