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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Grace로부터 온 편지 #10

2025년 5월 16일 Grace에게

by 두유진

갑자기 그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소식을 이곳에서 들었어.

『오늘도 충분히 좋은 부모입니다』

너는 결국 해냈구나.

그토록 긴 시간 동안 마음을 갈고닦고, 의심과 사랑 사이에서 수없이 흔들리면서도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그 모든 마음을 건넬 수 있게 되다니.


너무 몰입해서 등은 굽고 어깨는 굳었겠지. 밤마다 눈이 시리고 손목이 저려왔을 텐데

그래도 너는, 참 오래도록 조용히 견뎌냈어. 이제 그 원고는 너의 손을 떠났고,

누군가의 마음으로 들어갈 시간이야. 더 이상 걱정하지 마.

그 책은 필요한 사람에게 가 닿을 거야. 네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도, 더 깊게, 더 부드럽게.

그리고 무엇보다

그 책을 읽고 진심을 다해 말 걸어준 사람들이 있었지.

너를 응원해준 말들, 네 마음을 알아봐 준 문장들, 그 따뜻한 응답이 없었다면

너는 아마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부모가 된 나를 위한 따뜻한 안내서” - 전순영 교수

“감정을 눌러온 부모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쉼” - 심민영 박사

“명화로 읽는 부모의 감정과 회복의 여정” - 유송 화가

“예술과 심리가 만나는 감정치유 에세이” - 조혜연 코치

“엄마인 나를 다독이는 그림과 글의 힘” - 정은주 유튜버


그 한 줄 한 줄 속에 네가 걸어온 길이 담겨 있었고,

그 길을 함께 걸어주겠다는 다짐이 있었지.

삶을 혼자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이렇게 등 뒤에서 밀어주는 이들이 있기에

우린 결국 살아낼 수 있는 거야.


책 한 권이 너를 세상 밖으로 꺼내줬고, 또 누군가는 그 책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꺼내보게 되었을 거야.

그 순환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걸

너는 믿어도 좋아.

그리고 너, 참 고마운 사람들 곁에 있었더라.

어제는 스승의 날이었지?

그 작은 손들이 건넨 편지,

그 아이들의 눈빛,

그 안에 담긴 고백들을 떠올리며

네가 얼마나 눈시울이 뜨거워졌을지 나는 알아.


내년이면 떠난다는 말에 서운해하던 아이들.

그 맑은 얼굴로 “가지 마세요”라 말하던 아이들.

그 순간 너는 비로소 알게 되었지.

이 교실이, 단순히 일터가 아니었구나.

여기서 너는 매일, 매 순간 사랑을 주고받고 있었던 거야.

그 아이들이 너를 자라게 했고, 너는 그 아이들을 빛나게 해줬지.


출퇴근의 피로만을 떠올리며 지쳐 있던 너 자신을

살짝 미안해하고, 다시 바라보게 되었을 때 그것이 진짜 ‘교사’로서의 너의 시작이었는지도 몰라.


아이들은 너를 성장시키는구나라고 느꼈을거야.

세상에는 답이 아닌 기다림으로만 풀리는 관계가 있다는 걸.

아이들의 눈빛은 너에게 말했지.

“우리는 당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아요. 당신이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요.”


그러니 5월이란 달이 엄마로서도, 딸로서도, 스승으로서도

이토록 풍성하고 찬란한 감정을 건넸던 게지. 해마다 돌아오는 달이지만

2025년 5월은 유독 따뜻하고 눈부셨구나.


여기 2035년에도 스승의 날은 여전히 존재해.

나도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어.

어느 날, 한 아이가 이런 말을 건넸어.

“선생님은 제 마음의 등대 같아요.” “ 어떻게 해야하는지 방향을 알려주시니까요^^.”

그 말을 들은 나는 10년 전 너의 오늘을 떠올렸지.

아이들이 너에게 쥐여준 편지들, 서툰 글씨로 꾹꾹 눌러 쓴 진심들.


그때의 너는 몰랐겠지만,

그 하루하루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

그 진심이 나를 10년 넘게 걸어오게 했고,

결국은 나를 지켜냈지.


그러니 오늘도 잊지 마.

너는 이미 좋은 스승이고,

좋은 엄마이고,

무엇보다 좋은 ‘너’야.


네가 남긴 그 책, 『오늘도 충분히 좋은 부모입니다』

그 하루들,

그 사랑들이 모두

지금의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어.

고마워, 그 시절의 쥴리아.

네가 있었기에, 내가 있어.


그때의 너에게

가장 조용한, 그러나 가장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낼게.

“정말 잘했어. 지금까지 와줘서 고마워.”


늘 네 편인

2035년 Grace


p.s 눈 조심해. 매일 눈 영양제 먹고 어두운 곳에서 폰 보지 말아줘. PL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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