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섭섬의 석양을 바라보며
『오늘도 충분히 좋은 부모입니다.』 두유진 저.
세상은 종종, 가장 조용한 순간에 가장 깊은 목소리를 낸다.
제주도의 바람이 잠잠해지고, 하늘은 하루의 마지막 빛을 지닌 채 물러나는 시간.
나는 그 풍경의 잔상이 남아 붓을 들었다.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찰나의 빛, 그 하루의 끝자락에서 태어난 고요한 장면을.
이 그림은 내가 자주 가는 제주도의 해안, 섭섬이 바라보이는 장소를 담은 것이다.
그날의 석양은 유난히도 찬란했다.
말없이 다가온 빛은 모든 것을 잠시 멈추게 했다.
그건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삶에 대해, 존재에 대해 조용히 말을 거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찍었고, 그대로 화폭 위에 옮겼다.
마치 한 줄의 시처럼.
석양이 좋은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하루 종일, 자신이 왜 빛을 내야 하는지를 알고 살아온 태양의 마지막 인사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 태양은 더 이상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지치고 무뎌졌을 법한 하루의 끝에서, 가장 눈부시게 타오른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나는 오늘도 나의 소명을 다했어.”
그 풍경은 나에게 ‘나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하루,
그 하루가 모여 만든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을까.
바다 건너로 섭섬이 보인다.
섬은 말이 없다.
그러나 그 침묵이, 그림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만든다.
고요 속에서 삶을 묻고, 스스로 답하게 한다.
그림을 그리며 가장 오래 머물렀던 부분은, 바위에 부서지듯 비추는 햇빛이었다.
그 빛은 마치 절정의 순간을 노래하는 듯했다.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돌덩이 위에 내려앉은 노란빛은
그 어떤 위로보다 따뜻했다.
누군가의 삶에, 조용한 응원이 도착한 듯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삶이란 어쩌면, 하루의 끝마다 이런 빛을 남기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아도, 끝내 증명해내는 것.
“나는 오늘도 나답게 살았어.”라고.
당신의 하루는 어땠는가.
무엇을 증명하고, 무엇을 감추며 살았는가.
이 황혼의 순간은 말없이 묻는다.
그리고 묻는 동시에, 조용히 다독인다.
“충분히 잘 해왔어요.”
이 그림은 찬란함과 동시에 애틋함을 담고 있다.
삶은 늘 그렇게, 아름답고도 가슴 저리다.
해질녘의 하늘은 수많은 감정을 남긴다.
시작보다 끝이 더 뜨거운 순간.
희망보다 기억이 더 오래 남는 자리.
내가 사랑하는 석양은 결국, 그런 의미다.
가장 깊은 고백이 가능한 순간.
가장 많은 말을 남기지 않고도 전할 수 있는 시간.
그래서 나는 그 장면을 영원히 담고 싶었다.
그리고 이 글을 남긴다.
Keep going.
Everything you need will come to you at the perfect time.
지금은 어둠이 내려앉을지라도,
그 어둠 안엔 다시 떠오를 빛이 있다.
삶의 모든 장면이 결국은 하나의 찬란함으로 이어진다.
그 믿음 하나로, 우리는 살아낸다.
그리고 그림처럼,
그 여운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