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걸어가는 나의 이야기
〈Go alone〉
소처럼, 무소의 뿔처럼 걸어가는 나의 이야기
비슷해 보이는 얼굴, 닮은 몸짓, 익숙한 시선들 사이에서 나는 때때로 묻힌다.
같은 무리 속에 있어도 마음은 늘 ‘다름’을 느낀다.
그 다름은 때론 외로움이 되고, 때론 용기가 된다.
한 번쯤은 ‘나도 저들처럼 살아야 하는 걸까’란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곧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럴 필요는 없어. 너는 너로 살아가도 돼.”
순응하며 태어났고,
세상은 나를 낳을 때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
나는 주어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 깨어났고,
때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그 환경에 적응하며 스스로를 지켜왔다.
삶은 늘 질문을 던진다.
“너는 누구인가?”
나는 그 질문 앞에 조용히 말한다.
“나는 나야.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분명 존재해.”
뿔처럼 혼자 걸어온 길
캔버스 위에 그린 소들은 나의 마음을 닮았다.
한 마리는 고개를 낮추고 있고,
한 마리는 정면을 응시하고 있으며,
또 다른 한 마리는 조심스럽게 곁을 살핀다.
그들은 외롭지만 단단하다.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그 발걸음은 각기 다르다.
나는 그들을 그리면서,
어쩌면 내 안에 있는 여러 모습들을 마주했는지도 모른다.
겁이 많지만 끝까지 걷는 나,
앞을 향해 두려움 없이 나서는 나,
주변을 살피며 사람들을 배려하는 나.
그 모습들이 다 나라는 사실을
소를 그리는 동안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직함이 삶의 방식이 된 사람들
나는 소라는 존재에서 우리 삶의 진실을 보았다.
소는 말이 없지만 많은 것을 견딘다.
고요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 강인함이 깃들어 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그러면서도 울지 않고, 도망가지 않고,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는 존재.
마치 우리네 부모들, 선생님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림 속 소들은 바로 그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다.
세월의 더께 속에서도 묵묵히 살아가는 이들의 초상.
나는 나로 살아가는 연습을 한다
나를 닮은 이 소들처럼
나도 언젠가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호흡으로 나의 방향을 바라보며.
불안한 시대, 넘쳐나는 정보와 비교 속에서
진짜 ‘나’로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
그러나 나는 안다.
그 길이 외로워도, 그 길이 곧 나의 자유임을.
혼자서 가라, 무소의 뿔처럼
마지막 붓질을 끝내고
캔버스를 바라보며 나는 한 구절을 떠올렸다.
“큰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물에 젖지 않는 연꽃같이,
저 광야에 외로이 걷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파타
누군가와 어울리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가야 할 길이 다르기 때문에 혼자 걷는다.
두려움은 있다.
그러나 더는 그 두려움에 나를 가두지 않는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이 길 위에 함께 걷는 수많은 ‘다른 듯 같은’ 존재들이 있다.
그들도, 나도, 당신도
각자의 뿔을 지닌 존재다.
그러니 이제,
당신도 나도
‘나답게’ 살아가자.
그리고 오늘도, 한 걸음.
묵묵히.
Go alone.
그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 위한 ‘결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