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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안아주는 빛

그 시간, 너와 함께

by 두유진
KakaoTalk_20250609_155531061.jpg Embrace 72.7 x 60.6 oil on canvas


어느 해 질 녘, 하늘은 부드러운 분홍빛과 보랏빛으로 물들고, 잔잔한 바다 위로 햇살이 금빛 물결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 찬란한 빛을 등에 업은 채, 어미 곰과 아기 곰이 조용히 마주 앉아 있었습니다.


말 한마디 없지만, 아기 곰은 살며시 어미 곰에게 머리를 기대고, 어미 곰은 아이의 체온을 고스란히 느끼며 부드럽게 품어 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여기 있으니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침묵 속에서 오가는 그 따뜻한 교감은, 오히려 말보다 더 깊은 언어로 느껴졌습니다.

이 장면은 단지 북극곰 가족의 풍경이 아닙니다. 그것은 곁을 지켜주는 존재와 지켜지는 존재 사이의 조용한 연대이며, 말없이도 서로를 안아주는 일상의 위로입니다.


나는 이 장면을 통해 ‘부모’라는 단어에 따뜻함을 담고 싶었습니다. 완벽한 존재가 아닌, 오늘 하루도 아이와 함께 살아내려 애쓰는 누군가. 누군가에게 품이 되어 주고, 때로는 아이에게 기대며 위로받는 사람. 어미 곰은 그렇게 아이에게 삶의 무게를 나누어 주고, 아이는 작은 몸짓으로 그 마음을 감싸 안습니다.

이 그림의 배경은 하루가 끝나가는 마법의 시간, 빛이 가장 따뜻하게 퍼지는 석양 무렵입니다. 이 시간은 하루의 끝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품고 있는 순간이지요. 마치 부모와 아이가 함께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과도 닮아 있습니다. 실수도 하고, 때로는 상처도 주지만, 결국 하루를 함께 살아낸 그 시간들이 아이와 부모를 함께 성장하게 만듭니다.


특히, 아기 곰이 어미 곰의 옆에 다가와 조용히 몸을 기대는 그 장면은, 나에게 있어 ‘사랑의 동의어’입니다. 아무 조건 없는 신뢰와 온기가 그 짧은 찰나에 담겨 있습니다. 어미 곰은 그런 아이의 체온을 느끼며, 오늘도 자신이 충분히 좋은 부모임을 확인합니다. 아이는 어미 곰의 품 안에서, 세상이 안전하다는 것을 배워갑니다.

이 그림을 바라보는 여러분도, 마음 한구석에 그런 장면 하나쯤은 가지고 계시기를 바랍니다. 부모와 자식, 친구와 친구, 혹은 삶을 함께 견뎌온 누군가와의 기억. 우리는 관계 속에서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갑니다.

그저 곁에 있어 준 너에게


이 그림이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어느 따뜻한 기억을, 또 누군가에게는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이 당신의 삶을 조금 더 다정하게 감싸주기를 바랍니다.

삶은 길고, 때로는 벅차지만, 아주 작은 순간들이 그 삶을 빛나게 만듭니다. 이 그림이 누군가에게는 그런 ‘작은 빛’으로 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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