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우고 싶어서
학교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당장 하루 연차쓰고 대검찰청으로 조사받으러 와야한다는 전화를 받고 비밀 유지를 위해 아무에게도 말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속어넘어간 경위들을 설명하는 것이 제 자신에게 가하는 2차 가해이자 수치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날 연차를 쓰고 집에서 셀프감금이 되어있던 저는 무혐의가 풀렸으니 근처 경찰서로 가서 사기피해 신고를 하라고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한마디로 돈 수거를 마친 범인의 안내를 받아 경찰서에 갔다가 보이스피싱인걸 알았다는 겁니다. 자신만만하고 기고만장 했습니다. 마치 이 시대의 진정한 병주고 약주는 경우입니다. 아 약은 아니죠. 큰 병주고 작은 병 피하는 경우랄까요
학교에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이 정신으로는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불면증으로 늘 가던 정신과 병원에 가서 병가를 써야할 것 같으니 진단서를 떼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처음 보이스피싱을 안 날 밤에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범죄’라는 측면보다 내가 왜 이런 상황을 믿어버린 걸까 자괴감이 더컸기에 나 자신이 미울 뿐이었습니다. 잃은 돈을 생각하면 다시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정신과 선생님은 기존 약 대신 상비약을 더 챙겨주셨습니다.
주변 친한 친구들에게 보이스피싱 피해당했다고 말할 때마다 니 잘못 아니니 자책하지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말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느낍니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내 탓이 아니라는 사람들의 메시지가 생각나고 그 말들이 방패막이 되어줍니다.
오늘밤도 무사히 넘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