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학습을 갔다 왔습니다

함께 배우고 싶어서

by 소화록

학교에서 맡은 업무 중 하나는 체험 업무이다. 작은 학교에 있으면 굵직굵직한 업무를 여러 개 맡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 5개의 큰 업무들을 담당하고 있어 하루가 매우 바쁘다. 그래서 아이들 생활지도하며, 학부모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사무 업무하면서 풀기도 한다. 사람을 대하지 않고 내가 쏟은 만큼 정직하게 결과물이 나와서 단순업무처럼 느껴지고 마음이 편하다.


이번에 준비한 현장체험학습은 생태체험학습이었다. 다육식물 심기, 꽃잎으로 손수건 물들이기, 모시떡 만들기 활동을 하고 숲체험도 하는 날이다. 우리 학교에서 처음 가 본 곳이고 함께 간 선생님들도 이런 곳이 있는지 모르셨다며 대체로 만족하셨다. 점심 식사도 한식 백반으로 먹었는데 학생들에게 맞춘 음식을 준비해 주셔서 감사했다. 같이 간 선생님들이 체험비가 총 얼마 들었냐고 물으셨다. 선생님들께서 따로 또 오고 싶어 하는 느낌이 들었다. 자연을 잘 지키고 보존하는 이들의 손길이 고마웠고, 소개할 수 있어서 기뻤다. 쉬는 시간에 선생님들과 잠깐의 대화도 즐거웠다. 우영이(가명)는 버스 안에서도 친구를 때리며 장난을 걸고, 보건 선생님에게 편백 나무 잎으로 때리듯 건들며 장난을 하고, 설명을 듣는 중에도 계속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해서 중간중간 살피고 지도를 했다. 바로 옆에 눈동자처럼 지키고 있는 부장님이라는 우영이의 엄마가 함께 있으니 부담스럽기도 했다. 자녀일에 무심하게 행동하려는 엄마가 아니라 누구보다 관심을 가지고 개입하는 엄마여서 더 신경이 쓰였다. 그걸 지켜보는 다른 선생님들도 내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알고 계셨나 보다. 다들 나를 만날 때마다 좀 쉬라고 앉아있으라고 한마디 씩 하셨다. 한 선생님은, “나도 자식을 데리고 함께 학교를 다녔었어. 그때 다른 동료교사도 아이를 데리고 다녔었거든? 나는 자녀한테 학교에서 절대 엄마 아는 체 말고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고 선을 그었는데, 동료 교사는 그렇지 않았어. 학교에서도 계속 엄마 역할을 했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학교 선생님들이 다 그분을 욕하더라. “ 경계와 선을 잘 그어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꼭 교사 자녀가 아니더라도 아이가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면 끊임없이 독립을 연습시켜줘야 한다. 또 이런 말도 들었다. 교감님이 나한테 말실수를 한 것 같다고 신경 쓰여하신다는 말, 교직원의 자녀여서 자기가 형평성 있게 보지 못했다는 말을 건너들었다. 알고 계시니 다행이네! 싶으면서 나의 진실함과 최선을 알게 모르게 주변도 알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 억울한 마음이 많이 가셨다.


좋은 말들로 힘을 주셨던 선배 선생님의 말씀대로, 일 년 안에 아이를 다 변화시킬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만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치고 힘든 마음을 티 내고 싶으면서도 주변에 걱정 끼칠까 봐 티를 안 내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이 있다. 살아간다는 건 결국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라고 한다. 우리가 서로를 감당하며 맞춰가는 일은 평생 지속될 것이다.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일 역시 계속된다. 틈틈이 쉬고 틈틈이 나아가며 살아가봐야겠다. 세상은 생각보다 살아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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