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간 자리

함께 배우고 싶어서

by 소화록

우영이(가명)의 병원행이 결정된 후 이 과정들을 놓고 주변 선생님들의 여러 말들이 있었다. 돌봄 선생님은 내게 와서 교감님이 자신에게 와서 평소 우영이의 모습에 대해 물어보셨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셨다고 했다. 내가 많이 힘들 거라는 돌봄 선생님의 말에 교감님은 '그래도 아이들 생활지도는 전적으로 1학년 선생님의 몫이죠.'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정말 서운했다. 몫인 거 맞다. 그리고 나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도 안다. 하지만.. 학급을 별 문젯거리 없이 담임선에서 잘 잘해 결하면 능력 있는 교사고, 그렇지 않고 오픈해서 병원을 추천하고 학부모를 추천하면 무능력한 교사인가? 이 작은 학교에서 관리자가 함께 아이들을 지도하려는 마음 없이 담임 탓이나 담임에게 일차적인 책임소재를 먼저 물으려는 태도가 느껴져서 화가 나기도 했다. 같은 사실을 말하는 데에도 '많이 힘들죠?' 한마디, 토닥이는 제스처 하나에 힘이 나고, 불신이나 나무람의 눈빛 하나에도 마음이 무너진다. 교무실무사님은 요즘 많이 힘들어 보인다면서 유치원 선생님도 우영이 맡았을 때 우영이한테 맞으면서 지도했어서 많이 힘들어하셨다고 말씀하셨다. 실무사님도 교내 행사 사진 찍으러 1-2학년 단체 활동 참관하러 갔다가 2학년 부장님이 우영이에게 한없이 엄마로 대하는 것이 느껴졌다고, 선생님(나)이 많이 애쓰시는 것 같다고 하셨다. 누군가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사실 나도 많이 느낀다. 우리 반 아이들이 1~4교시 내내 싸우지 않았는데 우영이가 그 사실을 바로 엄마에게 이야기해서 옆반 선생님이 우리 반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눠준 점, 우영이가 교실에서 갈등이 있을 때마다 급식시간에 엄마한테 달려가 귓속말로 자신이 한 행동을 고해성사한다는 것도,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에서 담임교사보다 엄마의 영향력을 많이 받고 있는 우영이의 모습이 느껴졌다. 한참 선배 선생님을 향해 소신 있게 내 생각을 말씀드리기가 주저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 나는 급식시간에 고해성사하러 가는 우영이를 보며, 부장님께 메신저를 보냈다. '이미 말씀해 주셨겠지만 엄마는 하교 후에 만나는 것이고, 이야기는 그때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경계를 그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정중하게 부탁드렸다. 불편한 내용은 아무리 부드러운 표현을 써서 보내더라도 불편하다. 보내는 나도 불편한데 이런 내용의 메신저를 받는 부장님 마음도 오죽 불편할까. 하지만 불편함을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 꾹 참아버리고야 마는 과거의 나는 없다. 몇 번 참다가도 결국 나의 생각을 말함으로써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용기가 생기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나를 지키고 표현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게슈탈트 상담이론에서는 접촉경계라는 개념이 나온다. 나에게 건강한 것은 경계를 열어 받아들이고, 건강하지 않은 것은 경계를 닫아서 자신을 보호할 줄 아는 것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지금 나는 나의 멘털과 건강을 위해 나를 힘나게 하는 말은 수용해서 듣고, 속상한 말이나 오해받는 말은 귀를 닫을 필요도 있다고 느껴졌다.


오늘도 우영이는 피구를 하다가 기분이 나쁜 나머지 공으로 친구의 얼굴을 때렸다. 엄마가 사줄 장난감이 눈앞에 아른거릴 때는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의 몸이 나가지 않게 경계하고 경직하면서, 잠깐 그것들을 잊으면 원래의 습관대로 몸이 나간다. 스스로도 조절이 안돼서 속상할 거다. 우영이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검사 날짜를 다음 주 화요일로 정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던지 우영이를 위해 교사와 부모와 학교가 힘을 합쳐 지원하고 지도하고 치료하는 시간들이 되면 좋겠다.


내일은 현장체험학습을 간다. 2학기 돼서 체험학습, 교과서 심의, 교내 큰 행사 업무를 맡아서 동시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다. 학급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업무 하면서 풀고 있는 듯하다. 문서는 나를 힘들게 하지 않고 명확하고 간결하며 한 만큼 결괏값이 나오니까 좋다. 무사히 큰 사고 없이 현장체험학습 다녀와야겠다. 숲체험을 하러 가는데 자연에 기댈 수 있는 기회를 엿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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