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는 것들에 대한 시선

함께 배우고 싶어서

by 소화록

잠깐 생각을 놓으면 곧 바로 과거의 강렬했던 시간으로 돌아가버리고야 마는 요즘,

나를 현재에 있게 하는 것들이 있다.


딸의 떼쓰는 행동에도 5분 이상 인내하며 훈육하지 못하고 무섭게 혼을 내고 뒤돌아 서서 자책하는 시간이 많은데,

눈에 띄게 늘어난 영상 시청 시간에, 엄마로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고마운 건,

아이가 불러내는 현재가 나를 살게 하고, 스스로 잘 자라주는 아이가 있어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는 것.

어느 날은 어린이집에서 독서 골든벨 1등을 해서 징을 울렸다고 했는데, 나는 집에서 한번도 골든벨 관련 책을 읽어주지 못했다.

아이 스스로 어린이집에서 열심히 한 결과물이란 것을 알기에 고마웠다.

칭찬 스티커를 받으려고 매일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집안일을 2~3개씩 하는 아이를 보며 사랑스럽기도 하다.


금융 사기 피해라는 큰 일을 겪었지만, 여전히 내 꿈은 사라지지 않았다. 보름 뒤 있을 대학원 입학 시험을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치르려고 한다.

뇌가 과각성 상태라 시험 공부가 얼마나 머릿속에 들어올지는 모르겠지만, 하루에 10분이라도 할 수 있는 만큼 공부하고 있다.


돈 문제가 걸리면, 사람은 쉽게 흥분하고 예민해진다.

돈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도 많은 돈을 잃으면 절망한다.

사기에 사용된 상대 계좌를 지급정지 해놓고, 합의보려고 은행을 통해 연락온 사람들에게 지급정지해제를 하며 은행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 중, 어떤 명의인은 은행을 통해 연락오지 않고, 직접 연락을 취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지급정지해제요청서를 보냈냐, 팩스 몇시 몇 분에 보냈냐,

팩스 보낸 은행 지점 알려달라.‘ 등으로 하루에도 문자와 전화를 5통 이상을 했던 사람이 있었다. 비대면 계좌 개설로 상대 은행 지점이 없는 상태였기에,

팩스를 보내놓으면 한참 후에 고객센터에서 연락이 오는 상황이었는데, 해당 은행 고객센터와 연락하며 보내놓으면 뭐가 입력이 안 됐다고 반송시키고,

또 보내놓으면 본인 은행의 계좌 형식에 맞지 않다고 반송시켜서 4번이나 다시 쓰게 했던 케이스였다.

정말이지 보이스 피싱 이후로 이렇게 사람한테 시달리듯 전화 받는 두번째 경우였다. 알고보니 그 은행에서 다른 명의인들의 지급정지가 걸린 금액들의 합산을

기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계속적으로 반송을 시킨 것이었고 이 경우는 다른 은행에서도 요구한 적이 없었기에 일처리를 하면서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상대 계좌 명의인도 제대로 나에게 설명하지 못하고 되려 화를 냈는데 정말 억울했다. ‘화를 내지 말라고 정중하게 말했는데도 요지부동이었다.’

돈 문제가 걸리면, 사람은 쉽게 밑바닥을 보인다.


다시 시선을 돌려 변함 없는 것들을 생각한다. 잠잘 때마다 머리맡을 지키는 고양이들을 생각한다. 존재자체로 위로인 존재들을 생각한다.

문제에 매여있느라 현재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현재 내 옆에 존재하는 것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거면 되었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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