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방학기록
독자들은 여행을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불한 돈을 대가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받으며 온전한 쉼을 누리는 것,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을 열린 마음으로 반기며 스스로에게 도전과 모험의 시간을 주는 것, 여행을 핑계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쌓는 것 등 각자의 나름의 이유로 우리는 일상에서 떠난다. 필자는 이혼 전에 여행을 자주 갔다. 반복적인 일상을 지루해하고 모험과 스릴을 즐기는 전남편의 성향상 여행지 역시 뻔한 곳으로 가지 않았었고, 안정을 추구하는 나는 불안함과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았지만 동시에 혼자였음 절대 경험하지 않았을 시간들을 다양하게 누릴 수 있었다. 이혼을 하고 아이를 홀로 키우면서 아쉽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다면 이런 부분일 것이다. 나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선택의 영역과 새로움의 기회들이 제한되었다는 것. 나다운 삶을 찾아서 좋지만 동시에 나답지 않은 선택을 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 내 안에 우세한 강점이 있다면 열등하거나 억눌린 반대의 성향들도 분명 있을 터인데 이런 부분을 타인에 의해 꺼내질 수 있는 기회가 줄어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안주하고 싶지 않고 내면이 균형 있게 성장하고 싶은 욕구도 한몫했다.
그래서 떠났다. 그러한 연유로. 몸과 마음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마자 아이와 둘이 훌쩍 떠났다. 내가 다 짊어지는 그런 여행 말고, 함께 헤쳐나가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타지에서 처음 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자신은 없지만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리는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글램핑을 1박 잡았다. 그곳에 매점이 있는지, 저녁과 아침은 어떻게 먹을 것인지 하나도 정하지 않고 옷가지, 씻을 것만 준비해서 훌쩍 떠났다. 강추위 속에서 아이도 자신의 여행을 주체적으로 이끌고 나 역시 그럴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 나.. 너무 계획적인가? 일상은 차가 없으면 장소 이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 여행지에서는 숙소 밖 화장실도 걸어서, 저녁 스파와 아침 조식, 체험 등도 걸어 다녔다. 볼은 빨개지고 추웠지만 그렇다고 실내에만 있지 않았다. 겨울의 추위가 무섭다고 따뜻한 실내에만 있느라 겨울을 많이 느끼지 못했다. 자연 속에서의 여행은 우리를 날씨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느끼며 살아가게 한다. 그리고 잊고 있었지만 충분히 추위 속에서도 직립보행을 할 수 있는 한 ‘인간’ 임을 기억한다. 아, 자동차 이전에 내 두 다리가 있었지 하고 말이다.
어렸을 때 엄마 따라 종종 갔던 목욕탕의 기억을 소환하며 아이와 스파에서 몸을 따뜻하게 녹이기도 했다.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던 젊은 딸은 얼마 지나자 냉탕에서 수영을 한다. 하지만 늙은 나는 절대 온탕을 벗어나지 못한다. 소음과 추위에 취약한 글램핑의 특성상 옷을 단단히 껴입고 잠을 잤다. 밤 12시가 넘어갔을 즈음이었나, 돌연 차 경적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숙소 바로 옆에 주차하는 소리가 들렸다. 밤늦게 체크인을 해서 새벽까지 대화를 하더라. 잠귀가 밝다 못해 잠 못 드는 밤이 질려버린 나는 그대로 넘어갈까 하다가 프런트에 연락해서 컴플레인을 요청했다. 언제부터였을까. 분노하는 일에 가만히 있지 않고 정당하게 따지는 마음이. 항상 참고 참고 또 참다가 한꺼번에 분노가 터져 나왔었는데 이제는 틈틈이 그때그때 화를 표현해서 폭발하는 일 없이 마음이 더 건강해졌다. 다행히 경우가 있는 사람들이었는지 다음날 나와 아이를 보고 늦은 밤 소란 피워서 죄송했다는 사과를 해주셨다.
바비큐를 해 먹을 때는 아이에게 식품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엄마가 고기를 구우면 그릇에 잘 담아서 옮기라고 했다. 집안일을 통해 아이의 가정 내 역할분담을 늘려간다. 주체성이 커가는 나이에 자연스럽게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간다. 조식을 먹을 때는 아이가 먹고 싶은 거 본인 접시에 담아서 스스로 이동하도록 했다. 수저와 포크는 어디에 있는지, 물은 어디 가서 떠먹으면 되는지 설명했다. 6살이다. 언제까지 엄마가 떠오는 거 기다리면서 영상만 보고 있게 할 수 없다. 그렇게 체크아웃을 하고 글램핑 옆 체험 목장에서 아이와 한바탕 놀다가 집에 갔다. 오랜만의 여행이 좋았던 걸까 모닝커피를 두 잔이나 마셔서 그런 걸까, 집 도착하자마자 짐정리에 빨래를 시작했다. 더 기운이 났고 활력이 넘쳤다. 이 기세를 이어서 2월 중순에는 카라반 예약을 했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한다. 여행을 통해. 우리의 영역을 확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