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방학기록
딸의 유치원 교육과정 설명회에 참석했다. 유치원 시설이 너무 좋고 크고 넓어서 주차하는 동안 내가 다 설렜다. 교육과정 안내 책자를 꼼꼼히 살펴보며 내가 입학생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기존에 다녔던 사립 어린이집과 하루 일과 시스템이 달라서 주의 깊게 살폈다. 당장 아동수당 받고 있는 것부터 유아학비로 변경 신청했다. 기분 좋은 긴장이 느껴진다. 아이의 교실을 살펴보고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인상이 좋으시다. 유치원에서 연구부장을 맡고 계시던데.. 부장님이면 뭐, 말 다했다 ^^ 미리 준비해 온 여벌옷과 속옷, 치약과 칫솔을 제출하고 아이 가방을 받았다. 그렇게 설명회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오후에는 신입 유아들을 위한 담임교사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어서 딸과 함께 유치원을 방문한다. 아이는 원래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긴급보육 중이라 데리러 갔다.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꼭 자주 들르겠다고 인사드렸다. 아이의 첫 어린이집이었고, 나의 이혼으로 인해 아이의 불안했던 마음을 지나 다시 활기를 찾기까지 수많은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내느라 우리 모두 참 애썼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에게 유치원 자랑을 엄청했다. 부모의 불안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처럼 나의 설렘 또한 딸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오후에 아이와 다시 유치원을 갔을 때는 아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담임 선생님이 이쁘단다. 학교 곳곳을 둘러보는데 VR 체험실도 있고 돌봄실은 키즈카페의 축소판이었으며, 놀이터와 레고놀이 하는 공간도 있었다. 아이는 당장 과거를 잊은 듯이 유치원 너무 좋다고 한다. 다행이다.
주말에는 아이와 대전 어린이회관에 가서 하루 종일 놀았다. 오전에는 상상놀이터에서 2시간 바짝 놀고 근처에서 점심 먹고 오후에는 직업체험 신청해서 분리수업하고 잠시 쉬었다가 뮤지컬 <미녀와 야수>까지 보고 돌아왔다. 어린이회관 위치가 대전 월드컵경기장 내에 있었는데, 아이가 전북현대 오오렐레 응원가를 계속 불러서 주의를 줬다 ^^; 대전이 얼마 전에 전북현대와 슈퍼컵 경기 상대였기 때문에... “여기서는 오오렐레 금지야. 딸아..” 아이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말 미. 친. 듯. 이 뛰어다녔다. 에너지가 대~단했다. 뛰어다닌 건 딸인데 왜 내가 지쳐서 멍 때리게 되는지.. 나중에는 수많은 인파들을 바라보며 눈을 살며시 감고, 사람들 대화를 asmr 삼아 잠시 1~2분 명상을 했다. 네가 즐거우면 됐다.
삼일절에는 아이와 전북현대 개막전을 보러 갔다. 중간 쉬는 시간에 삼일절을 주제로 한 뮤지컬 공연이 있었는데 정말 감동적이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조상들의 죽음을 각오한 헌신이 필요했다는 것을 기억했다. 축구는 2:3으로 졌다..ㅠ 승격팀 부천에게 지니 속상하긴 하더라.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소리 지르고 했는데 나보다 선수들이 더 맘이 괴로웠겠지. 이동준 선수는 전역하고 컨디션이 최상인가 싶게 골을 참 잘 넣었다. 두 번째 골은 날아 차기로 넣었는데 그건 그냥 본능적으로 찼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 감탄이 나올만한 골이었다. 시즌 티켓을 끊으니 직관도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보게 된다. 성적이 지지부진해도 미우나 고우나 내 가족이라는 마음이 생긴달까. 다음 원정경기들 힘내시길 ㅠ
드디어 내일은 개학날이다. 아이도 나도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그 말은 이제 <싱글맘의 방학기록>도 안녕이라는 소리다. 다음에는 <싱글맘의 교사일지>로 연재를 하려고 한다. 3월은 성취감과 피로, 설렘과 인내가 공존하는 일상을 보낼 것 같다. 2년 연속 연반을 하게 돼서 그런지 교사 소개에 힘을 크게 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문득 느끼는 건 개학식 날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애쓰지 않아도 되겠구나라는 생각. 결국 일 년 살이니까 12월까지 마무리를 잘한다는 생각으로 긴 마라톤을 위해 수업 준비, 생활 지도하고 학부모와 긴밀한 소통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단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는 삶이지만 나만이 느끼고 겪을 수 있는 내 삶에서 나만의 고유성을 찾으며 또 걸어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