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엄마도 새 학기입니다

싱글맘의 방학기록

by 소화록

명절연휴가 끝나자마자 세움주간으로 출근을 했다. 꼼꼼하신 교감선생님께서 교장선생님으로 인사발령이 나셔서 큰 학교로 가시는데 그것 때문인지, 내가 이 학교에 3년 차가 돼 가서 그런 건지, 연구부장님이 세움주간을 탁월하게 운영해서 인지 회의가 3일 내내 있지 않았고, 짧고 굵게 끝났다. 오랜만에 일 집중 모드를 켜니 몸이 으슬으슬하고 감기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지만 그래도 생기가 넘친다. 오전에 회의를 하면 오후에는 각 교실에서 새학기 준비를 했다. 학급 시간표도 짜고, 도서계 독서교육 활성화 계획도 짜고, 학생맞춤형통합지원 관련한 사항들 정리해서 쌤들과 공유하고, 1학기 현장체험학습에 대해 이야기도 했다. 다행히 교과서가 일찍 도착해서 수량 맞게 왔는지 검수도 했다. 전학 가는 학생 것은 미리 빼놓기도 했고. 문장완성검사 및 미술치료 관련 책도 샀다. 2년 연속 같은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지만 내가 모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궁무진하기에 새롭게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수업 준비도 미리 해놓고 환영합니다 안내문구도 교실 밖 창문에 붙여놨다. 학교 출근 안 하는 날에는 아이 등원시키고 도서관으로 가서 2학년 국어, 수학 교과연구를 하며 보내는 중이다.


전북현대 슈퍼컵 경기를 보고 왔다. 이 티켓 예매하려고 쿠팡 플레이 스포츠 패스도 구입해서 예매했다. 아이는 확실히 6살이 됐다고 작년과 다르게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있었다. 벤치석에서 봐서 선수들과 전북현대 응원석이 가까워서 신기하게 보였나 보다. 아이가 응원 노래를 몇 번 듣더니 열심히 따라 한다. “엄마! 역. 시. 나. 대. 전! 이 무슨 뜻이야?” 하고 물어본다. 어이쿠, 뭐라 설명해야 하나;; 인상 깊었던 장면이 몇 개 있었다. 상대 선수 중 브라질 출신 선수가 중간에 투입됐는데 다른 선수들보다 머리 한통이 더 커서 거인이 등장한 것 같았다. 우리 모두가 놀랐고 내 양 옆 사람들과 뒤에 앉은 사람들은 생태계를 교란시키려고 온 거 아니냐고 지방 방송을 했다. 우리 선수가 태클을 걸어도 안 넘어지니까 골리앗 같고 순간 경기 분위기 판도가 바뀌었다고 느낄 만큼 스릴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 몇 번 그 선수 경험하더니 나중에는 2~3명이 붙어서 공을 기어코 뺏고야 만다. 상대 수비수가 공을 잡으러 가는데 이승우 선수가 조용히 하지만 재빠르게 달려가서 공을 뺏어오는 장면도 명장면이었다.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서 살금살금 빠르게 이동해 오는 것을 바로 앞 벤치석에서 보였고 느꼈다. 이승우 선수다운 재치였다. 후반전 마지막에 우리 팀의 파울로 패널티킥이 있었다. 이미 2:0으로 이긴 상황에서 1골을 더 줄 수도 있겠다는 체념과 혹시라도 송범근 선수가 막으려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키커는 상대 골리앗 거인선수였고 공을 찼는데 송범근 선수가 정확히 읽고 몸을 날려서 손으로 막아냈다. 이건 우리 팀이 한 골 더 넣은 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에 일어나서 얼마나 환호성을 질렀는지 모른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고 후에 시상식까지 야무지게 보고 나왔다. 직관은 내가 나에게 줄 수 없는 쾌감과 도파민을 선사한다. 모종의 연대감도 덤이다. 이 도파민으로 새학기 뭐든 뿌실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이 또 있다. 아이 유치원이 드디어 집 근처로 됐다!!!! 어제 해당 유치원에 한 자리가 날 것이라고 친한 동생한테 들었는데 동생의 도움으로 무사히 입학서류를 제출하게 되었고 선착순 1명으로 되었다! 그게 우리 아이의 자리가 되었을 줄이야! 너무 감격스러웠다. 당장 내일이 교육과정 설명회라고 오라고 해서 일정을 조정했다. 막상 되니까 얼떨떨해서 내가 너무 충동적으로 했나 잘한 거 맞나? 고민이 되었지만 일이 순조롭게 풀렸고, 평소 아이 등하원을 내가 차로 30분씩 왕복 1시간을 매일 2번(총 2시간) 운전했던 거 생각하면 익숙한 것을 선택하는 것보다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겠다 싶다. 또 평이 좋은 곳이라 믿고 맡기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관계를 주체적으로 끊는 것이 어려웠는데, 오늘 아침에는 아이 담임선생님께도 상황을 설명드리고 내일까지만 나올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갑작스럽게 소식을 들으니 선생님께서 많이 놀라셨지만 뭐, 어쩌겠나.. 각자가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소수에게 깊은 정을 주는 딸은 자기만 다른 유치원 간다는 걸 듣고 절대로 안 간다고 떼를 썼지만 막상 적응하면 잘 지낼 거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고 가야지. 걱정보다 기대감이 더 컸는지 기분이 좋아서 저녁에 배달 음식 시켜 먹었다. 덩달아 5월 연휴 때 놀러 갈 곳도 예약했다. 기분이 좋으면 지출이 커진다. 아이도 나도 다가오는 새학기 잘 지내봐야겠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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