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예능, INFJ 싱글맘 엄마의 방학 루틴

싱글맘의 방학기록

by 소화록

삶에서 의미를 찾고, 눈에 보이지 않는 참된 나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영감을 찾고

나다운 선택의 범위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범위 내로 한정하면 나는 거기까지이지만, 모험과 도전을 꿈꾸는 모습 역시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더 확장된 나를 만날 수 있다. 한계를 짓지 않고 새로운 나를 만나는 여정은 두려우면서도 재밌다.



설 연휴의 시작은 딸과 카라반 1박 여행이었다. 생긴 지 얼마 안 되어서 시설이 깨끗하고 무엇보다 대형 놀이터가 있어서 좋았다. 두 시간을 바짝 놀고 바베큐를 해 먹으려는데 불 피우는 건 여전히 나에게 어려운 문제였다. 매점에서 라이터와 숯을 샀다. 아이에게 그릇과 준비용품들을 옮기라고 했다. 라이터로 숯에 불을 붙였는데 불에 붙었다. 오! 이렇게 쉽다고? 하면서 굽다가 호일 위에 있는 고기가 너무 안 익더라. 왜 그러지 하고 불판을 들춰서 아래를 보니 불이 꺼져가고 있었다. 라이터 수준으로 될 것 같지 않아서 다시 매점으로 뛰어갔다. 부탄가스랑 토치, 장갑을 사 와서 숯에 불을 붙였는데 여전히 불이 약했다. 배가 넘 고파서 결국 호일을 걷어내고 좀 태워먹을지언정 고기의 기름이 윤활유 역할을 해서 불을 더 지피도록 했다. 그렇게 고기를 다 구운 후에 미리 받아놓은 라면물을 끓였다. 정말 바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준비할 일을 혼자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도 적응하고 싶다. 언제쯤 바베큐를 여유롭게 구울 수 있을까? 많이 경험하면 나와 아이만의 노하우가 쌓일 테지. 아이는 뒤늦게 정리정돈에 열을 올려서 본인이 설거지를 하겠다고 나섰다. 의자 위에 올라가서 하라고 의자를 대주니 알아서 잘했다. 설거지하고 야무지게 행주로 그릇에 있는 물기도 닦고 차곡차곡 쌓아놨다.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뭔가를 하는 것만큼 사람에게 빛나는 순간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세움주간으로 학교에 출근한다. 이제 방학은 다 갔다는 소리다. 연휴 하루하루를 꾹꾹 눌러 담아 아이와 추억을 많이 쌓고 싶었다. 그래서 카라반을 다녀온 다음 날도 외출했다. 한 시간 반 거리의 지역 축제를 갔다.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의 지역 축제는 이제 주민들의 소소한 일거리이지 일상이 된 듯 보였다. 지역 축제의 특성답게 축제의 완성도는 낮았지만 그 어수룩함이 좋았다. 그만큼 정감이 있는 축제였다. 제일 먼저 아이와 빙어 잡기 체험을 했는데 빙어들이 단련이 되었는지 뜰채를 기가 막히게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열심히 잡으면 아프거나 몸 곳곳에 상처 난 빙어들이어서 다시 풀어주길 반복했다. 깡통 기차도 탔다. 쿠션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기차를 허리도 아픈 내가 탈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 순간에는 조금 무리하고 싶었다. 국수와 김치전으로 간단히 요깃거리를 하고 아이와 달고나 체험도 했다. 직접 만들어 본 지.. 20년도 더 되어서 어설프게 달고나를 만들었다. 아이는 먹어보더니 웩 맛없어하며 뱉었다. 태워먹은 건 아닌데 마지막에 베이킹소다를 너무 많이 넣었다 싶다. 눈썰매도 도전했다. 서로 다른 이유로 아이와 나 둘 다 용기를 내야 했다. 허리가 괜찮을까? 눈썰매는 너무너무 재밌었다. 계속 또 타고 또 타자는 아이와 몇 번을 더 타니 꼬리뼈 혹은 아래쪽에 허리에 뻐근함이 느껴졌다. 괜찮지 않다고 뇌가 만들어 낸 건지, 실제로 과부하가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까지만 하자고 멈췄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솔로지옥 5>와 <리유니언>을 봤다. 방영 한 달 전 출연자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미리 보여준 부분이 흥미로웠다. 출연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모습을 보며 부끄러워했고, 내가 저런 표정을 지었냐고 몰랐다는 말을 했다. 한마디로 무의식의 향연이었다. 내가 의식하고 있는 것과 다른 무의식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건 출연자들에게 선물 같은 시간일 테다. 물론 부족한 언행들을 전 국민과 함께 공유했지만 말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 한데 모일 수 있다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그들은 부정하고 싶은 내 모습을 볼 수 있음에 성장을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갔으며, 그런 나의 어두운 면을 대하는 태도 역시 성숙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프제로서 출연자들이 외적인 면뿐만 아니라 내면의 성장도 각자의 방식대로 어느 정도 이루어갈 것 같아 애정이 갔다.



요즘 <마니또클럽>이라는 예능을 보고 있다. 유일하게 본방을 챙겨보는 프로그램인데 프로그램 취지와 내용들이 참 좋아 추천한다. 제작진에서 의도한 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보다 보면 울컥할 때도 있고 감동적이고 따뜻한 예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마니또에게 선물을 줄 때의 기쁨, 몰래 줄 때의 짜릿함, 선물을 받는 일반인들의 순수한 반응을 함께 보며 주는 것의 기쁨 등을 느꼈다. 행복 역시 전염될 수 있다. 나 하나 살기 바쁜 사회에서 비록 예능이지만, 또 넉넉한 물질과 선물의 주체가 세상 이쁜 연예인들이지만 나랑 상관없는 사람의 일상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필요한 선물을 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가 조금은 따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 같아 이상주의자 인프제는 결국 눈시울이 붉어지고야 만다. 김태호 피디님은 참 예능을 잘하시는구나 싶다. 아이랑 함께 보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저녁마다 머리를 질끈 묶고 집안일을 하는 나를 보며 아이가 한 마디 했다. “엄마, 이쁘다. 엄마, 좋아 보여.” 그 말이 얼마나 가슴에 와닿았는지 모른다. 엄마 좋아 보인다는 말을 6살 꼬맹이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싶어서 놀라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아이는 부모의 말보다 행동, 삶을 본다는 데 백 번 천 번 ‘엄마는 괜찮아.’를 말하는 것보다 내 마음이 평온한 상태를 아이는 흡수하듯이 느끼나 보다. 더 잘 살아야지 싶다. 그나저나 내일 출근 실화인가? 내일부터 ‘엄마, 힘들어 보여.’ 소리 들을까 겁나지만, 사는 건 원래 어려운 일이니까. 또 살아보는 거다. 그냥. 되는대로.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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