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단장을 하고 지인을 만나러 나가는 길이다.
내 앞 트럭이 심상치 않다. 커다란 나무판으로 사방을 높인 1톤 트럭 뒤, 폐지가 가득 실려 있다.
그물 안전망을 채우지 않아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기우뚱거린다.
최대한 거리를 두고 가는 길, 먼저 지나쳐 가고 싶지만 일차선 커브길이 계속되었다.
아주 천천히 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벼운 종이들이 한 번씩 내차로 날아왔다.
순간,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추월해서 갈까? 반대차선이 안 보여 위험한데..
크락션 한번 누를까? 괜히 시비 붙으면 어쩌지..
그냥 멀찍이 떨어져 천천히 가기로 한다. 내 뒤를 따라오던 차들이 빵빵거렸지만, 날아오는 폐지에 그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드디어 나온 갈림길에서 다른 방향으로 주행하게 되었으니 다행이었다.
그렇게 약속장소로 향하는 길, 어제 있었던 일과 함께 생각이 많아진다.
아이 어린이집에서 물놀이 공지가 왔다. 짐을 줄이기 위해 수영복 위에 평상복을 입혀 보내라 했다.
공지대로 했다. 그런데 하원차량에서 내린 아이는 축축한 하의를 입고, 다른 원생의 상의를 빌려 입은 모습이었다. 이유를 묻자 다른 아이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왔으니 우리 아이도 그랬을 거라 생각했단다.
결국 공지사항을 지킨 아이는 수영복위에 평상복을 입은 채 물놀이했고 여벌옷이 없었던 것이다.
참 아이러니 했다.
다수가 어긴 약속은 쉬이 무시되는 것일까?
비정상적인 속도로 운행하며 폐지를 날리던 트럭기사가 다른 사람의 불편과 위험을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내 아이에게 약속을 잘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하기가 참 쉽지않다.*
약속을 지키며 산다는 것은 때때로 순수하지 않은 세상에 순수함을 외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