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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녹 Oct 06. 2021

퇴사 후 6개월, 내가 다시 회사에 들어간 이유

독립된 일꾼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세 ① 규율이 곧 자유다

길지 않은 직장 생활을 두 번이나 때려치웠다.

첫 번째 직장은 그렇게 힘들게 성공한 취업이었음에도 너무 힘들어서 뒷 일은 생각 안 하고 나왔다. 그 후 스마트스토어 사업과 광고대행사 파트타임 업무를 병행하다가, 정규직으로 일해 달라는 제안을 거절하지 못해 그대로 두 번째 직장이 생겼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쳇바퀴같이 규칙적인 삶을 유독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즉흥적이기도 하고, 노는 것도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 그런가 보다. 아무렴 안정적인 삶이 안정적이라 해도, 덜 안정적이더라도 다이나믹한 삶이 내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속한다. 또다시 회사에 들어가니 또다시 견딜 수 없었다. 안정감에 취하기 전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직장을 퇴사할 때에는 '회사를 다니지 않고 돈 벌기'를 시도하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 그러기 위한 밑바탕을 만들고 나왔냐고 물으신다면 자신 있는 해맑음으로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상태였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회사에 다니기 싫다고 그냥 안다녀 버리는 철없는 20대의 패기였다.



무작정 두 번째 직장까지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 블로그 원고 작성, 블로그 관리 대행 업무가 주된 수입원이었다. 이를 통해 알게 된 대표님께서 간단한 동영상 편집 업무가 필요한데 할 줄 아냐고 하셔서 하면 된다고 했다. 생계유지를 해야 하므로 일단 일을 받고, 유튜브로 정말 간단하게 익혀 동영상 편집 외주도 하게 됐다.


혼자 일하는 자유로움은 좋았다.

평일 낮에 회사에 묶여있지 않아도 되고, 내가 일하고 싶은 곳에 노트북만 챙겨가서 일할 수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지옥철에 내 몸을 혹사시키지 않아도 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동료를 봐야 하는 스트레스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6개월 후, 나는 다시 회사로 들어갔다. 제대로 된 퇴사, 독립된 일꾼이 되기 위한 임시방편적 대안이었다. "나는 반드시 다시 나온다. 단, 제대로 된 초석을 다져놓고!" 이것이 내가 세운 계획이었다.


내가 왜 프리랜서 6개월 후 다시 회사로 돌아갔는지, 혼자 일하는 고충은 무엇인지, 어떤 초석을 다져 놓겠다는 필요성을 느낀 건지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를 적어본다.



규율이 곧 자유다


정해진 업무 시간, 회사의 시스템이 없어진 나는 크게 자유로웠지만 규칙과 통제가 사라진 그 자유로움 속에서 나를 바로 세우지 못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퇴사한 나는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안정적 기반을 마련해놓지 못했기 때문에 종종 "뭘 해야 하지?"라는 시간 속에 방황했으며, 일하는 중간중간 침대에 몸을 맡기고 늦은 밤 일어나 새벽까지 일하기 일쑤였다.


삶의 리듬이 깨지고, 자기 관리가 어려웠다.

어쨌든 일은 해야 하는데 마냥 놀고만 싶어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내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일이 시작되는 시간도, 끝나는 시간도 정해진 게 없다 보니 일과 삶의 경계 또한 사라졌다.


삶의 리듬이 깨지면 사람은 쉽게 무기력해진다. 

그렇다. 이때의 내 모습은 자유 속에서 오히려 무기력했다.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규율이 곧 자유다'.  자유의지를 높이고 성과를 끌어올리려면 일관된 규칙이 필요하다. 단순하면서 규칙적인 계획, 통제가 있어야 주체성과 자유가 더 크게 느껴진다. 자유를 원한다면 규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경험해 봤기에 이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규율과 통제를 관리할 것. 

퇴사 후 프리랜서, 1인 기업가, 디지털노마드 등 독립된 일꾼을 꿈꾼다면 반드시 수준 이상의 시간 관리와 자기 관리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혼자 일하며 왜 회사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사람들은 왜 회사를 다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회사에 다닐 땐 그토록 이해되지 않던 것이 혼자가 되어보니 이해가 되었다.


퇴사 후 6개월, 다시 회사로 들어갔다.

나를 관리할 수 있는 규율과 통제를 갖기 위해.

자유 속에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기 위해.

내게 남은 자유 시간이 더욱 의미 있게 쓰일 수 있게 하기 위해.


회사에 들어가 남은 시간 나의 일을 하니 나의 하루가 훨씬 더 밀도 높게 채워졌다.

주어지는 자유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훨씬 더 간절하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내가 퇴사를 했을 때 찾아오는 자유시간에 방황하지 않도록, 무기력해지지 않도록.

지금 나는 회사를 다니며 나 자신과 나의 시간을 관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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