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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녹 Dec 28. 2021

이직이 아닌 독립을 위한 퇴사의 조건

두 번 퇴사해보고 얻은 인사이트


두 번 퇴사를 하고 세 번째 회사를 들어올 땐 '나는 반드시 나온다'라는 마음으로 들어왔다. 회사를 나오고 싶은 이유는 회사 자체가 싫은 것도, 업무가 지독하게 적성에 맞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나의 시간과 돈을 맞바꿔 정해진 시간 지켜야 하는 루틴이 싫었고, 내가 원하는 시간과 공간과 일을 선택한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어서였다.


두 번의 퇴사를 통해 느낀 건 이직이 아닌 독립을 위한 퇴사를 위해서는 좀 더 '준비된'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무작정 퇴사 후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것은 큰 불안감과 조바심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특히나 경계해야 할 것이 조바심이라는 것을 여러 직·간접적 경험을 통해 배웠다. 사람에게 조바심이 생기면 무리하게 되고, 무리하다 보면 잘못된 선택을 하기 십상이다.


항상 "언제, 어떻게, 제대로 독립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뇌리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데, 어찌 보면 명확한 답이 없는 그 문제를 고민하는 막막함이 마냥 나쁘진 않았다. 이렇게 계속 한 가지를 깊게 고민하다 보면 언젠가 답이 나올 것이라는 내 안에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골몰하는 축적의 시간을 갖다 보면 나에게 선택의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된 선택을 의심의 여지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믿음.


고민하지 않는 사람의 순간적인 선택보다 골몰하는 사람의 진득한 선택은 더 강력한 믿음과 버틸 수 있는 힘을 준다. (전자도 후자도 내 얘기라서 하는 말이다.)


어쨌든 독립을 위한 퇴사를 하고싶다면 생각해 볼 몇 가지 기준을 정리해 보았다. 

퇴사, 프리워커, 프리랜서, 인디펜던트 워커, 프리에이전트 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콘텐츠를 접하다 보면 저마다 이야기하는 퇴사 조건을 보게 된다. 물론 이들도 가진 기준과 생각이 다 다르다. 결국 정답은 자기 자신에게 있고 그에 맞는 기준을 선택하면 된다. 






"최근 4개월 이상 부수입이 월급보다 많았고 향후 4개월간 지속될 수 있는가?"

 책 <n잡하는 허대리의 월급독립스쿨>에서 제시한 '완벽한 퇴사를 위한 네 가지 점검사항' 1번 문항이다. 여기서 나는 숫자보다는 내용에 집중하고 싶었다. '월급 외 부수입이 있냐는 것, 그리고 지속할 수 있냐는 것'이다. 4개월은커녕 1개월도 안된다면 이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뜻.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수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중이다.


"이성적으로 득과 실을 따져가며 퇴사 날짜를 정했는가?(상여금, 퇴직금, 대출/적금 만기 등)"

책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에 나온 '용의주도한 퇴사를 위한 퇴사 전 체크리스트' 1번 문항이다. 요즘 들어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외면한 채 퇴사를 하고 싶은 욕구가 차오를 때가 있다. 이때 접했던 이 책 속 저자 서메리님은 '용의주도한'이라는 표현을 쓰며 퇴사를 이성적으로 바라보게 해 주었다. 어쨌든 회사에 속한 사회적 지위라는 것은 다양한 이득을 준다. 안정적 급여, 정부 혜택, 대출 등 나에게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며 혜택이라 필요한 기간은 나도 그 혜택을 누려보기로 한다. 이러한 것들을 고려해 나의 퇴사 시점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퇴사 후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인가?"

퇴사 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적어보면 좋다. 만약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혹은 허상에 그치는 일들이라면 퇴사 꿈은 잠시 미뤄둬야 하지 않을까. 1년 정도를 퇴사 후 할 수 있는 일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가졌다. 그런 가능성이 보인다면, 확실히 퇴사 후 갖게 될 막막함이나 불안함은 덜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명확해지는 이 기분이 점점 더 큰 용기를 주고 있다.


"퇴사 후 최악의 경우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만약 퇴사 후 이도 저도 안된다면, 어떤 일이 최악의 경우일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도. 놀랍게도 최악의 경우는 그다지 최악이 아닌 경우가 많다.

EX) 모아둔 돈 탕진 → 다시 벌면 된다. (재취업, 이직 등)

그러면 '할 만 한데?' 하는 생각이 용기 있게 고개를 내민다.





'독립을 위한 퇴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유독 관심있게 눈에 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작정 퇴사하고 용기 내보는 것도 좋다. 혹은 제대로 준비하고 고민 끝에 신중하게 나오는 것도 좋다.

나처럼 무작정 퇴사도 해보고, 어떤 것이 자신에게 어려운지 알고, 다시 회사를 가든 퇴사를 하든 시도하는 것도 좋다. 결국 해봐야 안다. 모든 것이 자기 발견의 과정이니까.


독립된 퇴사를 위해 접한 다른 콘텐츠들이 나에게 이런저런 가이드가 되어줬던 만큼, 이 글 또한 누군가에게 일말의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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