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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 Jun 24. 2023

삶의 목표 2. 평범한 삶

평범하게 살기는 왜 어려운가?

거창한 성공을 여러 가지 이유로 포기했다면 다음으로 향할 현실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바로 남들과 같은 삶, 평범한 삶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적당히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하고, 결혼해서 서울이나 근교에 애를 낳고 사는 그런 삶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란 질문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답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부모님이 살았던 그런 삶, 좋은 직장에서 인정받고 가정에서 가족들과 소소한 행복과 사랑을 느끼는 그런 삶을 산다면 그것이야 말로 가장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

주변 어른들, 학교의 교육, 미디어에 나오는 사람들의 삶을 보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장 일반적인 삶의 모습이 이와 같다고 학습한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러한 삶을 추구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최근에는 많은 이들이 이런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째서 분명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는, 평균에 가까운 삶을 사는 게 어려워지고 있는 것일까?

사회가 변화하며 복합적인 이유가 생겼을 것이다.

우리가 왜 평범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지, 왜 그것을 실패하거나 거부하는지 생각해 보자.


인간이 같은 사회의 다른 이들처럼 살아가고자 하는 경향은 진화적인 본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회적인 동물로서 평균적인 삶을 따라가고자 하는 욕망은 당연한 것이다.

하나의 개체로서는 나약한 인간가혹한 자연환경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리에 소속되어 뭉쳐야 했다. 

무리에 소속되고 또 계속 남아 있기 위해서는 무리의 생활 방식을 공유하고 무리의 문화를 따라야 했다.

즉 소속된 사회에서 다수가 공유하는 생활방식을 따라야 내가 그 사회의 소속임을 증명하고 남아있을 수 있었다.

소속감이나 무리에서의 인정을 추구하고 무리의 다른 이들처럼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개체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남들처럼 사는 것에 본능적인 이끌림과 평균적인 삶을 따라가지 못하고 낙오되는 것에 본능적인 공포를 갖는다.

그래서 나 역시도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삶을 추구했었다.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추구는 그럴듯한 이유로 포장되어 그럴듯한 삶의 목표가 되었다.

소수만이 쟁취할 수 있는 성공보다는 더 이루기 쉬워 보였고 또 영원할 아군이 될 가정을 꾸리고 느낄 안정감과 행복함은 분명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조금 더 자세하게 ‘평범한 삶’을 포기하게 된 두 가지 이유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이유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이유이다.

‘평범한 삶’을 이루는데 예상되는 어려움이 너무 커졌다.

경제에 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는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기에 그들의 시선이나 통계 자료를 빌려 평범한 삶을 이루기 어려운 이유를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한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둔화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각종 비용과 일부 자산 가격, 특정 소수의 임금은 이전과 같이 상승했는데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대다수의 경제 수준은 똑같거나 상승한 비용에 대비해서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이미 자산을 충분히 확보하거나 그 와중에도 임금이 상승한 소수만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평범한 삶을 이루기 위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부족한 좋은 일자리에 비해 젊은 사람들이 받는 교육의 질은 높기 때문에 눈이 높은 고학력자들이 만족할 만한 일자리를 못 찾고 더 높은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취직 후에도 이직에 매달린다.

늦은 나이에 사회에 진출하고 그 와중에 학력 취득과 이직의 노력을 보상받고자 자신의 급에 맞는 배우자를 찾기 시작하면서 결혼은 더 어려워진다. 

점점 들어가는 나이와 늦은 나이에 형성한 소중한 커리어를 고려하다 보면 일을 쉬고 아이를 갖는다는 선택은 쉽지 않다.

이렇게 ‘평범한 삶’은 거의 성공을 하는 것만큼 어려워졌다.

때문에 평범한 삶의 '평범함'이 정말 평범한 것인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수치로 증명된다.

평균적인 월급 수준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만 비교해 봐도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주 간단하게 통계자료만 가져와 계산해 보았다.

대학교 졸업 후 25세 정도에 취직해, 해당 연령 평균 연봉인 271만 원을 받으며 약 5~6년간 모아서 결혼한다고 가정해 보자.

30세에는 많아봤자 약 1억을 모았을 것이다.

서울 20평대 아파트 평균값은 23년 기준 약 8억으로 이를 사려면 비슷한 돈을 모은 반려자와 각 1억씩 대출을 해도 4억이 모자라다.

결국 부모님이 합 4억을 줄 수 있는 집안이 아니라면 자가를 사고 그 빚을 갚아가며 결혼생활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 (물론 정말 단순한 계산과 가정이다.)

여기에 결혼하는데 드는 비용과 아이가 생기며 드는 비용은 하나도 계산하지 않았다.

결혼하고 서울 자가에서 평균 임금만으로 아이를 키우고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얘기가 되었다.         


(출처 – 통계정)         


(출처 – 통계청)            



                            

두 번째로 우리는 특별한 나만의 삶을 살고자 평범한 삶을 포기한다.

많은 이들이 평범한 삶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특별한 삶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들도 많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행복해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실현하는 삶을 좋은 삶으로 보고 추구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나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자신만의 삶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평범한 삶은 더더욱 매력적이지 않은 선택지가 되었다.

요즘은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서 다른 가치 있는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평범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대부분의 자원이 집중되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좋아하는 여가 생활을 하며 보낼 수가 없다.

특별한 삶을 즐기고 싶은 입장에선 고작 평범하게 사는 것이 그 모든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고작은 아니다.)

나만의 삶을 희생할 거라면 차라리 많은 돈과 명예를 누리는 성공을 목표로 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쉽게 손에 잡힐 듯하지만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평범한 삶을 삶의 목표로 삼기에는 기회비용이 아깝다.

자신의 커리어나 취미, 행복이 중요한 사람들에게 평범한 삶은 차선으로 밀려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이유로 평범하게 사는 것에 더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평범한 삶은 매우 어려워졌지만 열심히만 살고 열심히 투자하다 보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또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어느 정도 높은 임금을 받으며, 좋은 복지를 제공받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삶의 의미는 그저 일만 열심히 하고 돈만 열심히 버는 것 말고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적 겪었던 일로 이런 생각이 깊게 자리 잡았으며 또 성장하면서 겪었던 일로 이런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초등학교 2학년 때, 50대의 담임선생님이 자신의 삶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다른 이들과 같이 직업을 갖고 결혼하고 꾸준히 성실하게 살아왔을 뿐인데 어느새 50살이 되었다는 한탄이었다.

자신이 그동안 무엇을 했기에 이렇게 빨리 삶이 끝을 향해 가고 있냐는 한탄에 나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 이후 나는 단순히 남들처럼 산다고 해서 옳게 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교육 시스템을 온몸으로 거부하며 이 생각을 실천한 것은 아니었다.

그 어린 나이에 평범한 삶을 사는 것 외에 대안을 찾은 것도 아니었고 그 어린 나이에 나만의 고집을 갖고 삶을 만들어갈 용기와 지혜가 있진 않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삶을 두려워했지만 그것에서 너무 벗어나는 것은 또 두려워 타협을 했다.

꿈을 갖고 대학을 나와서 나만의 직업을 갖고 돈을 번다면 나만의 삶을 살면서도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교 입시가 마음과 같이 되지 않으며 진로 계획이 어긋났고 그 때문의 나만의 삶과 평범한 삶 모두에서 멀어졌다는 불안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입시를 실패하며 지난 12년간 목표로 했던 장래희망과 멀어지게 되는 것은 상당히 혼란스러운 일이었다.

그 장래희망은 내 가치를 실현하며 나만의 특별할 삶을 살아갈 방법이자 남들과 같이 평범하게 살아갈 방법이었다.

12년간 목표로 했기에 장래희망은 단순한 희망 직업이 아니라 나만의 가치관을 실행할 유일한 길이었다.

목표로 한 요리사는 단순히 요리를 만들어내는 직업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직업이었다.

타인에게 행복을 주고 감사를 받으며 매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기에 내가 평생 해나갈 수 있는 일이자, 나의 이상향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것을 이룰 정석적인 길에서 밀려났어도 한동안은 그것을 다시 좇았었다.

그러나 여러 시도 끝에 좌절을 겪었고 결국 인생의 방향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했었다.


그 시점에서 졸업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대학교를 다니며 더 선명해진 현실감각과 좁아진 취업문에서 오는 조급함은 나만의 삶을 사는 것과 평범한 삶을 사는 것 중에서 하나만을 선택하도록 강요했다.

결정이 늦어지면 길어진 공백에 취업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고 무작정 취업을 하면 그 직장에 남아 있느라 평생 나만의 삶을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결국 그때, 이룰 확신이 서지도 않는 평범한 삶에 관한 압박 때문에 삶에 있어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진로 고민이 대충 마무리 지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혹은 아마 무작정 ‘평범한 삶’을 추구한다면 나 역시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같은 후회를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평범한 삶을 이뤄야 한다는 압박에 쫓기기보단 일단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고 정리할 수 있는 공부를 하고자 마음을 먹었었다.

그렇게 심리학과에 지원해 공부를 시작했었다.

이러한 이유로 ‘평범한 삶’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목표는 아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평범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강박과 압박에서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꼭 비슷한 경험을 하지는 않았더라도 평범한 삶이라는 정해진 삶을 살기보다는 조금 특이하더라도 나만의 삶을 그려나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직장을 갖고 돈을 벌어 사회에 정착한다는 현실적인 삶의 목표는 분명 중요하다.

삶을 이어나가는데 필요한 많은 것이 물질적인 것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면 더 좋은 수준의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또 많은 이들이 추구하는 일이기에 타인의 눈치를 보고 모방하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따르는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아 졌다.

남들이 만든 적당한 삶이라는 기준에 맞춰 살기 위해서는 삶의 많은 부분이 투자되어야 한다.

또 우린 남들처럼 살고 싶어 하긴 하지만 반대로 남과 완전히 똑같이 사는 것은 싫어하기도 한다.

타인을 신경 쓰고 그들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보다는 기왕이면 내 삶 속에서 오직 나만이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순간이 많았으면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평범한 삶을 삶의 목표로 갖지 않는다. 

다음 목표를 찾고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물질적인 것은 결국에 정신적인 만족을 위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정신적인 만족을 추구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행복을 삶의 목표로 두면 되는 것이 아닐까?

다음에는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참조


통계청,「일자리행정통계」, 2021, 2024.02.04, 성별 연령대별 소득


한국부동산원,「공동주택실거래가격지수」, 2023.11, 2024.02.04, 아파트 규모별 매매 실거래 평균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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