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대체한 첫 캠핑 이후 나의 인터넷 검색 기록에는 캠핑과 관련한 용어들이 즐비해졌다.
사람들이 어찌나 부지런하게 사는 지. 세상에는 캠핑을 다녀오고 난 뒤에 그때마다 캠핑장 정보나 장비와 관련한 정보를 상세히 올리는 이들이 그렇게나 많다. 이른바 캠핑 블로거들이다. 나는 틈만 나면 그러한 블로그를 찾아보면서 캠퍼들이 어디로 캠핑을 다니는지, 무슨 장비를 썼는지,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줬는지, 무엇을 먹는지 정보를 얻곤 했다. 어떤 블로거는 하나의 제품에 대해 여러 브랜드를 꽤 전문적인 수준으로 비교분석해 놓아서 장비 선택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블로그 뿐 만이 아니다. 각종 캠핑 카페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캠핑 장비를 중간 유통하는 카페, 캠핑 장비를 제작하는 카페, 중고 캠핑장비를 거래하는 카페, 그리고 캠핑장에서 운영하는 전용 카페까지, 모두 성격과 특징이 달라서 죄다 필요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한때는 가입한 카페만 오십여 군데였다.
나는 매일 밤마다 종합병원 의사가 회진 돌듯이 그곳들의 최신 게시물을 빠짐없이 둘러보고 나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내 장비가 최적화되기까지 4년 정도는 그렇게 밤마다 몇 시간씩 캠핑에 대한 공부를 하며 보냈던 것 같다.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명문대에 갔겠다’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시간들이다
퇴근 후 피곤한 눈을 비비면서도 카페를 둘러보고 장비의 쓰임과 특징을 배우고, 경험 많은 캠퍼들의 멋진 사진과 캠핑 스타일을 배우는 게 그토록 재미있었으니 말이다.
캠핑은 선택할 것이 매우 많은 레저다. 필요한 장비가 수도 없이 많은데 그 장비 항목마다 또 다양한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제품들로 세분화되기 때문이다.
텐트만 하더라도 모양에 따라 돔형, 리빙쉘(거실과 잠자리가 분리되는 형태), 티피형(인디언 텐트처럼 가운데가 높이 솟은 형태), 쉘터형(넓은 주방 공간을 중심으로 꾸미는 형태)으로 나뉠 수 있고 사이즈는 1 인용부터 4인 가족 이상이 쓰는 대형 텐트까지 무척이나 다양하다.
돔텐트만 살펴봐도 스킨이 하나인 싱글월 스타일과 두 겹으로 구성되어 잠자리를 한번 더 감싸면서 신발과 짐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더블월 스타일로 구분된다. 거기서 브랜드별 특징이 더해지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텐트는 소재에 따라서도 구분한다. 면텐트는 무겁고 오염에 약하지만 쳐 놓으면 면 특유의 결이 보기 좋고 내추럴한 느낌 때문에 아주 예쁘다. 합성 섬유로 만든 텐트는 가볍고 실용적이고 튼튼하다. 그 중간에 심미성과 실용성을 겸한 면혼방 텐트도 있다.
이렇게 선택의 폭이 넓으니 초기 몇 년간 나의 캠핑은 끊임없는 공부의 연속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곳은 뭐니 뭐니 해도 국내 캠핑 카페 중 압도적 1위인 캠핑퍼스트다.
카페 멤버가 100만이 넘는(2023. 3월 기준) 이 네이버 카페는 캠핑을 시작하는 초보캠퍼들이 궁금증을 올리면 선배 캠퍼들이 경험담을 나누고 소통하는 커뮤니티였다.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현재는 캠핑 장비업체들이 대거 입점해 있고 매우 활성화된 캠핑용품 중고장터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처음 입문 시기에는 초보 캠퍼들을 위한 이 공간에서조차 답글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타프를 칠 때 텐션이 좋지 않으면 폴대 간격을 최대한 당겨야 하는데 그러려면 스트링을 짧게 조절하세요. 스트링 길이는 비너로 조정하면 됩니다”
응???? 타프는 뭐고 스트링은 뭐람, 비너? 그건 뭐에 쓰는 물건인지? 온통 모르는 장비 용어에다가 캠핑 현장에 가서 해 보지 않으면 그게 어떤 상황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 설명들. 그래서 공부가 필요했다.
캠핑을 시작하자마자 나는 두 권의 책을 주문했다. 하나는 캠핑용어와 캠핑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고 하나는 장비와 캠핑장 정보가 담긴 책이었다.
회사로 택배주문한 책이 도착한 날, 나는 빨리 책을 읽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날따라 퇴근시간이 왜 그리 안 가던지. 업무를 마치고 최근 후에 달려간 곳은 회사 건물 1층에 있는 카페였다. 커피를 한잔 시켜놓고 나는 책을 읽어 나나기 시작했다.
아~! 캠핑하는 부부들은 아내를 ‘안지기’라 하는구나, 남편은 ‘바깥지기’라고? 그럼 나처럼 엄마 혼자 다니는 사람은 뭐라고 부르나? 맘캠퍼! 아~~ 그렇구나!!
기억할 내용에 줄을 치고, 다시 펼쳐볼 페이지를 접어두면서 몇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의식도 하지 못했다.
“저... 손님! 이제 마감 시간인데요!!”
커피숍 직원이 나를 재촉하는 소리에 문득 고개를 들었다. 시계의 분침이 12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벌써 자정이라고? 전혀 몰랐다.
초저녁에 자리를 잡은 손님이 마감 시간이 다 될 때까지 꼼짝 않고 앉아 있었으니 눈치는 좀 주었을까.
하지만 그러한 눈치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나는 커피숍에서 쫓겨날 때까지 캠핑 책에 파묻혀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 사랑에 빠진 것만 같은 신기한 열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