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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oved Oct 10. 2021

숙소가 오버부킹이라구요?!

Feat.내 룸메는 배트맨.

케냐팀은 시작부터 기대감이 있었다.


일단 내가 아끼는 후배 J간사와 함께 가니 동료가 있어서 좋았고, 팀장 역할도 회사 그룹 내 다른 법인 J선배님(케냐팀을 신청하심)께 부탁드려 책임감의 무게도 좀 덜 수 있었다.

팀원 구성도 다양했다. 모녀지간, 자매지간, 초등학생부터 장년까지. 버라이어티한 팀이었다.


정해진 예산으로 원하는 물품을 모두 구입할 수 없어서, 아이들과의 교육봉사활동 시간에 사용할 물품을 기증받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크레파스, 축구공, 가방 등을 후원해 주셔서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사전 준비기간이었다.  

물품 배분, 짐 싸기까지 잘 마치고 드디어 출국 당일!

부치는 짐 수속도 OK, 심지어 나이로비 공항 세관도 무사통과!

어느 것 하나 막힘없이 순조로운 케냐 팀.




나이로비 공항을 나와서 현지 스태프인 Y팀장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아프리카 태양에 검게 그을린 팀장님은 현지인처럼 치아만 하얗게 빛났다.


이번 팀의 미션은 회사가 지원하는 기술학교 방문, 낡은 고아원 보수공사와 매트리스 교체 작업, 학교 교육봉사가 주된 활동이었다. 마사이 부족 소똥집에서의 홈스테이가 하룻밤 예정되어 있었고 마지막에는 국립공원 사파리 투어! 와.. 일정은 완벽했다.


숙소는 케냐지부 센터이니, 한국처럼 마음껏 쓸 수는 없어도 물과 전기도 어느 정도는 사용 가능할 것이다.

물 없이 감는 샴푸, 보조배터리 등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가져온 물품들이 있긴 했지만, 다들 개인 짐은 최소한으로 준비해 온 상황이었다.


지부 센터가 있는 케냐 오지로 미니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길.

오랜 비행시간에 피곤해진 팀원들은 거의 다 자고 있었고, Y팀장님과 나만 깨어서 이야기 중이었다.


 "내가 이 길을 자주 지나다니는데, 진짜 아찔한 상황을 자주 봐. 여기 차들이 중앙선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그덩~ 어쩔 때는 4차선에 4대가 다 우리 쪽 차선으로 마주 보고 달려오는 거야! 거의 코앞까지 그냥 와."

"네에??!!"

"그러면 어떻게 하게?"

"뭘, 뭘 어떻게 해요...? 사고 나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 드라이버가 능숙하게 도로 밖으로 나가. 그래서 아슬아슬하게 피해서 다시 차선 안으로 들어오지."


이 이야기를 들은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


도로를 보니 도로 밖은 도로 안과 큰 차이가 없다.

조금 닦여진 도로 옆은 황무지가 펼쳐져 있을 뿐.

도로 옆 황무지 풍경©beloved
시크한 드라이버 아저씨©beloved

우리 차를 운전하는 드라이버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은 정말 노련한 사람일 거야. 암만, 그렇고 말고.


앞자리에 앉은 나는 팀장님이 말한 그 장면을 곧 마주하게 되었다.


"어~어~어~~~~~!"

"어어어어어엇, 팀장님! 엄마야아아~"


우리 드라이버는 노련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 심장은 노련하질 못했다.

하얗게 질린 채로 한 숨도 자지 못한 나는 센터에 도착해서야 긴장이 풀렸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신 지부장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우리가 지원한 기술학교를 둘러보았다.

팀장님이 관리자로 있는 기술학교에서 자동차 정비, 재봉, 제빵, 컴퓨터 교육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자동차 정비수업을 하는 교실©beloved

후원자들의 나눔으로 세워진 학교의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양질의 교육을 통해 청년들이 꿈을 이루는 좋은 터전이 되기를 바라며 학생들과 인사하는 시간도 가졌다.


저멀리 보이는 킬리만자로산을 보며 훈훈한 마음으로 다시 센터로 돌아왔는데, 지부장님이 나를 따로 보자고 하신다.


"네? 무슨 일로....?"

"아이고, 이거 미안해서 어떻게 하지?"


"네? 뭐가 미안하시다는 건지..?"

"우리가 일정을 착각해서, 같은 기간에 다른 외부팀이 한 팀 더 오게 되어있어요. 그래서 센터 숙소는 그분들이 쓰셔야 할 것 같네요. 외부팀이기도 하고 다들 연세가 많으셔서..."


"네? 그럼 저희는 어디에서 머무나요?"

"이번에 우리가 고아원 건물을 보수하고 매트리스를 교체하려 아이들을 지인들 집으로 보냈거든. 그 건물에서 자야 할 것 같아요."


"아...... 괜찮을... 까요?"

"응, 몇 주간 안 쓰긴 했는데 괜찮을 거야. 조금 고생스럽겠지만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 오지에 다른 숙소가 있을리 만무하다.


예상보다 좋은 숙소에 우리 팀 초딩들은 이미 자기 자리는 여기라며, 침낭을 펼쳐두었는데...

지저분한 것 싫어할 것 같은 여성 팀원이 들으면 뭐라고 할까....


봉사지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다.

그때, 그 변수를 대하는 시각이 부정적인 흐름이 되면, 전체 분위기가 저하되고 팀 운영이 쉽지 않다.

팀장은 변수 상황에서 초긍정의 자세로 팀원들을 독려하고 원래 우리는 고생하기 위해 왔다는 것을 세뇌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큰 변수가 아니라는 듯 이야기를 꺼냈다.


"내일 다른 팀이 센터에 오는데요. 함께 숙소를 쓰기가 어려워서, 저희가 새로운 숙소로 가게 됩니다."

"다 아시겠지만, 봉사활동이 다른 이들을 위해서 사서 고생할 마음으로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 너른 마음으로 우리가 어르신팀에게 양보를 해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착한 우리 팀원들. 조금 당황한 것 같더니만 이내 짐을 다시 싸기 시작한다.


'그래, 생각보다 괜찮을 거야. 생각보다는 더 좋을 수도 있어.'


다음날 오전, 지부장님과 함께 고아원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매트리스를 먼저 가지고 들어가서 우리의 새로운 숙소에 도착했다.


문을 여는 순간.


두둥......!

낡은 시골 학교 같은 비주얼. 창문이 조금 망가진건 막아두고, 모래먼지가 가득한 건 청소하면 될 일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알 수 없는 찌린내가 진동하는 건물 안.

그러다, 조금 뒤 찌익찌익~ 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아악!"


쥐가 나온 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는데, 바닥엔 아무것도 움직이는 게 없다.


이 무슨 일인가.......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보니, 지붕 쪽에서 나는 소리다.


" 아이고, 그새 박쥐가 들어왔나 보네."

" 박.. 박쥐요?"

" 응, 아마 지붕이랑 서까래 사이 공간에 들어온 것 같은데.. 건물 안으로 들어오진 않을 거예요~"


박쥐 똥냄새.

너무나 강렬한 그 냄새를 맡으면서, 과연 여기서 잘 수 있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팀원들이 매트리스를 깔기 시작했다.


우리 귀여운 초딩들, 사태 파악이 안 된 거겠지?

우리 여성 팀원들, 체념한 걸까?


1인 모기장을 하나씩 펼쳐서 매트리스 위에 놓고 옹기종기 자기 자리를 잡았다.

생각보다는 아늑....©beloved

"뭐, 박쥐가 나와도, 모기장이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쿨내 나는 우리 대학생 팀원. 멋있다.


그렇게 박쥐와의 4박 5일 동거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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