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족이 사는 오지마을로!
에티오피아를 다녀온 다다음 해는 회사의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나에게 회사의 모든 것을 알려주시던 Y팀장님이 케냐로 파견을 떠나신 것이다.
Y팀장님을 처음 보았을 때는 무척이나 독특한 그분의 아우라에 친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ㅋㅋ)
소위 똘끼가 충만하신 분이었다.
스쿠버 다이빙, 암벽등반 등 못하는 것이 없는 분이셔서 회사 연수 때 체력훈련 교관이 되시기도 한 팀장님.
어느 날, 회사 5층 연수원 옥상에 나를 데리고 가시더니, 갑자기 철컥, 철컥, 암벽등반용 장비들을 몸에 채우셨다.
지금이야 단호박으로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담력이 생겼지만, 그때는, 아. 이거 뭐지? 해야 되는 건가?
얼래 벌래, 이미 나는 옥상 끝에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겁과 호기심, 둘 중에 호기심이 이긴 날이다.
마치 뭐에 홀린 것처럼, 연수원 건물을 줄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아! 이런!!
영화 미션임파서블처럼 반동을 이용해 벽을 밟고 내려가야 하는데, 하필 발을 디딘 4층 벽면이 임원 숙소 창문이었다!
창문에서 누가 나를 볼까 봐서, 내 발길질로 창문이 깨질까 봐서, 나는 으아아아악! 소리를 질러댔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나에게 극도의 불안과 우울증, 공황 증상이 찾아왔다.
차에 타기만 해도 불안했고, 가족들이 30분만 연락이 닿지 않으면 온갖 상상을 하면서 불안감에 계속 주위 사람들에게 안부를 확인했다.
일을 그만두고선, 마음이 슬퍼할 짬을 주지 않으려고 하루 종일 TV를 보았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모니터 앞이었고, 그 주위에는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운 흔적이 쌓여갔다. 살이 점점 찌고 알 수 없는 피부질환이 얼굴 전체를 뒤덮었다.
가슴이 쪼개지는 것처럼 아프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서 병원을 계속 다녔지만 그 당시는 지금처럼 공황 증상이라는 말이 흔하지 않았다. 양방에 가면 원인이 없고, 한방에 가니 '화병'이라고 했다.
쭈글쭈글한 삶을 계속 이어오면서, 이 세상에 먼지처럼 부유하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버겁게 느껴졌었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고통스럽기만 했다.
그러던 중, 대학교 때 친분이 있던 K언니가 나의 소식을 듣고 나를 만나러 와주었다.
K언니와 함께 살아온 시간을 나누며 놀라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사건들이 있었다.
그 이후에, K언니는 나에게 좋은 울타리가 되어줄 곳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면서 이 회사의 구인공고를 알려주었다.
입사 후, 내가 이 회사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8할이 Y팀장님 덕이었다.
Y팀장님은 나를 격하게 아껴주시고, 고민을 들어주시고, 여리고 부서져있던 내 마음을 그분의 방식으로 유쾌하게 끌어올려 주셨다.
남자 친구와 헤어진 나를 점심시간에 데리고 나가서, 갈대밭 독사진을 찍어주신다던가..
월말 야근으로 지친 나에게 "야근 좀 그만해! 하시면서 저녁밥 말동무를 해주신다던가..
가끔씩 뜬금없이, "B간사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 "B간사, 그만 열심히 해!" 이런 말들을 던지셨다.
인생의 쓴맛에 절어있던 나는 '생뚱맞게 왜 저러실까?' 하면서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았는데...
2년 차에 접어들면서, 모든 사람에게 편견 없이 열려있는 Y팀장님의 마음이 보통 내공이 아니신 것을 감지하게 되었고, 그분의 똘끼가 많은 사람과 친구가 되게 하는 원동력임을 알게 되었다. 특히, 해외에서는 더더욱.
Y팀장님이 계시는 케냐.
이번엔 2년 반의 회계업무를 넘겨준 후임 신입 J간사와 함께 가게 되었다.
케냐 지역 중에서도 우리 회사가 돕고 있는 지역은 마사이족이 사는 동네.
마사이는 신발 이름?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팀을 맡게 되면서 봉사팀 사전 교육할 내용을 찾아보았다.
케냐 동부와 탄자니아에 거주하는 남녀 평균 신장 170Cm 이상의 장신 부족으로 높은 점프 실력을 자랑한다.
소똥과 흙을 섞어 만든 소똥집에서 거주하고, 사냥과 목축을 생업으로 하며, 성인이 되면, 남자들은 전사인 '모란'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로 사자 사냥을 하는 호전적인 민족이다.
[참고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50899
도심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말 부족으로 군락을 이루며 사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게 된다니, 뭔가 에티오피아 때와는 사뭇 다른 여행이 될 것 같았다.
우리가 가는 곳은 마사이들의 사는 마을 깊숙한 오지였기에 각별한 준비가 더 필요했다. 전기도, 물도 아예 없는 황무지라고 했다. 그리고 이번 봉사활동의 마지막은 사파리 투어!! 여러모로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가보지 않은 길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이 때는 알지 못했다.
케냐에서 맞게 될 우리 팀의 수난시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