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는 김현정의 뉴스쇼를 듣습니다. 취향은 아니지만 세상 소식을 알기에는 아주 좋습니다. 오늘도 정치 이슈가 가장 큰 헤드라인입니다. 스승의 날 방송에서는 잠시 쉬어가는 이야기처럼 교총에서 실시한 교사만족도가 등장합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다섯 명 중 한 명이 다시 교사를 하겠다고 합니다. 라디오의 뉘앙스는 이렇게 만족도가 낮아졌습니다, 였지만 현직 교사로서는 그렇게나 높다고,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 주변에 다시 태어나도 교사를 할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요, 일단 저는 아닙니다.
스승의 날입니다. 모든 의미가 퇴색된 날이죠. 다시 라디오로 돌아갑니다. 교원들은 교권 보호를 위해 '정당한 교육활동·생활지도는 민·형사상 면책권 부여'(96.2%)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는 말에 진행자가 말합니다.
그러니까 학생이 잘못했을 때 예전처럼 가늘고 긴 회초리로 손바닥을 때리는 것 정도는 가능하게 해 달라는 요구인가요?
실소가 나왔습니다. 학교 밖의 사람들에게 우리의 요구는 체벌로 보이나 봅니다. 이름 있는 뉴스 프로그램의 진행자조차. 제 의견이 96%의 교사들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저희가 요구하는 면책에 대한 부분은 체벌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정당한 벌을 줄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요구입니다.
교육 현장의 교권 추락은 이제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학생이 교사에게 욕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했을 때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지 마."뿐입니다. 교실 뒤편으로 내보내는 것, 학생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나무라고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것, 수업에서 제외시키는 것 모두 아동학대입니다. 손 들거나 눈감고 있거나 기타 등등 모든 행위가 민형 사법 대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수업 시간 내내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의 행위를 하더라도 저는 그 학생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수업에서 아웃시킬 수 없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끝에 내몰린 교사들의 요구입니다 96%이면 사실 거의 전체이지요. 그들의 요구가 학생들이 떠들거나 담배를 피울 때 회초리로 때릴 수 있게 해 달라는 말이 되다니요.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많은 교사들이 차라리 없어지기를 바라는 날,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교사들은 이제 스스로를 스승이라 칭하지 않습니다. 날 선 댓글들은 말하지요, 요즘 학교에 스승이 어디 있냐고. 동의하는 바입니다. 요즘 학교에는 스승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월급쟁이 교사만 존재할 수 있죠.
서글픈 세상입니다. 교사가 받는 카네이션 한 송이도 뇌물이 되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생활지도가 체벌로 치환되는 서글픈 세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