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wimming Oct 29. 2024

(백수일지) 31살에 백수가 된 키라

9. 내 마음이 나의 가장 큰 적이다.

 청년일자리 교육들으러 왔는데 100여명 되는 사람들 나이가 대부분 20대 초중반이었다. '진짜 취업이 아직도 힘들구나' 라는 생각과 내가 제일 나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동기들하고 있을 땐 몰랐는데, 어느새 나도 이렇게 나이를 먹었구나 느끼며 부장님이 된 기분이 들었다. 부장님도 원래부터 그 나이는 아니였겠지.


34살의 매니저와 젊은 편에 속하는 강사들. 저 사람들이 진짜 기업에 있었긴 했을까? 과장, 차장 이상을 달아본 사람이긴 할까? 몇 년 정도 근속연수를 채웠을까? 같은 의심이 들었다. 국가가 생긴 후, 정부가 회사의 가장 큰 고객이라는 말이 맞는 거 같다. 그들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경력과 실무 능력에 대해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다가 이내 생각을 고쳐 먹는다. 34살이라도 정부와 계약하고 100명 이상의 사람들 앞에서 강의할 수 있는 것 또한 능력이다. 정부를 구워 삶았든 아니든 이것도 그들의 노력이다. 역시 앉아서 남을 평가하는 게 제일 쉽고 하등의 쓸모가 없다. 모든 사람들이 장점을 가지고 있겠지. 배울 점에 집중하자고 다시 생각한다. 내 냉소적인 마음은 나의 가장 큰 적이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지 2시간도 안된 처음보는 100명 앞에서 자기소개를 시켰다. 듣는 사람이 누구든 '나'를 소개하는 일은 항상 어렵다. 전 회사는 매주 월요일 아침  7:30마다 전 부서가 주간회의를 했다. 대표와 부대표, 상무, 이사, 부서장 이상의 사람들이 빼곡히 거진 100명 정도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느끼면서 실적 보고를 했다. 속으로 '막 입사한 신입한테 가혹한거 아니야!'라는 불평도 했다. 정말 시간이 약인 건지 3년이 지나자, 대본도 안쓰고 연습을 안해도 발표할 수 있었다. 떨리지도 않았다. 떨리거나 수정할게 생기면 그냥 떨면서 “이 부분은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말하며 능청을 떨었다.


처음 본 100명 앞에서의 자기소개는 생각보다 떨리지 않았다. 유일하게 전 회사 아침 주간회의가 고마운 순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백수일지) 31살에 백수가 된 키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