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게 하는 빛
작년 10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특별한 준비를 한 것도 아니었다. 막연하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하던 내가 어떤 이끌림에 ‘슬초 브런치 작가 3기’에 등록했고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의 나는 글쓰기에 미쳐 있었다. 하루 종일 글쓰기 생각만 했을 정도였으니까.
지금 되돌아보면, 글을 쓴다는 행위가 내 안에서 동동 떠다니던 생각들을 정리해 주는 느낌이었다. 한 문장을 쓸 때마다 생각의 윤곽이 선명해지고 그렇게 정리된 글을 다시 읽을 때 묘한 쾌감마저 들었다. 당시 내가 가장 좋아하던 것은 ‘내가 쓴 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브런치 작가로 합격한 후 우연히 벨라Lee 작가님의 ‘브런치 작가 1년 후’라는 글을 읽었다. 작가님이 슬초 2기였다는 사실도 모른 채 읽었는데 그 글에서 지난 1년을 회고하며 책을 출간한다는 소식을 전하고 계셨다. 나는 글을 읽으며 덩달아 설렜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같은 길을 먼저 걸어간 누군가의 이야기가 주는 힘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나를 살게 하는 빛, 격려” 이 책은 벨라Lee 작가님의 두 번째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마음이 움직였다. ‘격려’, 이 단어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울린다. 벨라Lee 작가님은 책에서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며 겪은 고민과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글을 쓰면서 기쁘고 벅찼던 순간, 반대로 번아웃이 찾아왔던 순간까지.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된 후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국밥패딩”이라는 글이 단 며칠 만에 16만 뷰를 기록했고 구독자도 빠르게 늘었다. 그리고 불과 5개월도 채 되지 않아 원고 투고를 통해 책을 출간했다. 누군가는 내게 “글쓰기 재능이 있다”라고 했지만 정작 스스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불안이 밀려왔다.
그런 나에게 책 속에서 작가님도 같은 고민을 했다는 걸 보고 위로가 되었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넘쳤던 사람도 어느 순간 지치고 속도를 조절해야 할 때가 온다는 것. 그리고 그럴 때 격려는 큰 힘이 된다는 것. 이 책은 내게 그런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인기를 얻을만한 제목과 글감을 찾아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으르렁댔다.”(본문 중) 필시 내 얘기다. 내가 아니고서 그때의 나를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전 브런치북 ‘나는 솔로’ 리뷰 글이 큰 인기를 끌었다. 쓰는 글마다 조회수가 높았고 구독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글을 쓰기 위해 ‘나는 솔로’를 시청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오로지 글감을 찾기 위해 영상을 본다는 것이 고역이었다.
조회수와 반응은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기와 조회수가 글을 계속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면 결국 쓰고 싶은 글이 아닌, 공허한 글만을 쓰게 된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글쓰기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솔로’ 리뷰를 과감히 중단했다. 예상대로 그 후로 내 브런치의 조회수는 확연히 줄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최근 들어 번아웃의 전조를 느끼고 있었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몇 달, 너무 많은 일이 빠르게 일어났다. 그러다 보니 문득 글쓰기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순간을 마주하기도 했다.
브런치북 “책 읽는 태쁘의 글 쓰는 공간”을 발행하며 연재일을 지정했지만 더 이상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기로 했다. 쓰고 싶을 때 쓰기로 했다.
작가님이 동기들의 따스한 격려로 다시 힘을 낸 것처럼 나도 스스로를 격려하는 것을 잊지 않기로 한다. 글을 쓰는 나 자신을 믿고, 부담을 내려놓으며 속도를 조절하면서. 그렇게 더 오래, 더 즐겁게 글을 쓰고 싶다.
벨라Lee작가님과 실제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기로에 서있을 때 글로써 항상 도움을 주신다. 의도하신 바는 아니겠지만 감사하다. 작가님은 어쩌면 불특정 모두를 격려하고 계신 것 같다.
나도 나를 응원해 주는 독자의 댓글 한 줄, 같은 길을 걷는 동료 작가들의 고민, 그리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는 격려로 갈지자를 그리며 걸을지라도 방향키는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더하여 언젠가는 나의 글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작은 격려가 되기를 바라면서.
브런치 작가가 된 후 용기가 되었던 벨라Lee 작가님의 글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