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쉼표 그리고 느낌표
“자기야, 장비 다 챙겼어? 날씨가 추워져서 난로 가져가야 하니까 가습기 꼭 챙겨. “
“응, 다 넣었어. 방수포가 없는데 가는 길에 사야겠어. “
캠핑을 떠나는 날 아침, 우리의 대화는 늘 분주하다. 준비해야 할 짐은 끝도 없고, 혹시라도 빠뜨린 건 없는지 체크하며 소란스러워지지만, 이 모든 준비는 캠핑의 일부다. 남편은 묵묵히 짐을 차에 싣고, 마지막까지 하나하나 점검하며 우리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친다. 캠핑은 이렇게 그의 헌신과 사랑으로 시작된다.
캠핑은 쉽지 않은 여행이다. 준비부터 정리까지 손이 많이 가고, 불편함은 덤이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밤추위와도 싸워야 한다. 하지만 그런 불편 속에서도 캠핑은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의미를 준다. 남편의 모습은 그 중심에 있다. 그는 늘 조용하고 강하게 가족의 쉼터를 준비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를 한다. 내가 캠핑을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의 이런 모습 덕분이다. 첫 캠핑 간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저 사람이랑 결혼하길 잘했다. 같이 사는 동안 저 사람이라면 무조건 믿어도 되겠다.”라고
아이들에게 캠핑장은 놀이동산이다. 특히 방방(트램펄린)은 그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다. “오늘은 어떤 친구들을 만날까? “라는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나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아이들은 처음 만난 친구들과 금세 어울리고, 낯선 환경 속에서도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호텔에서는 볼 수 없는 아이들의 이런 모습이 캠핑장에서는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캠핑은 단순한 즐거움만 있는 여행은 아니다.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우리 애들은 호텔을 더 좋아해요. “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 역시 생각에 잠긴다. 고급스러운 침대, 완벽하게 준비된 시설, 매우 매력적이다. 특히 조식은 못참는다.
반면 캠핑은 모든 걸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텐트를 설치하고, 불을 피우고, 밤에는 의외의 불편함을 마주해야 한다.
하지만 캠핑은 호텔이 줄 수 없는 특별함을 준다. 가족이 함께 협력하며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불편한 텐트에서도 아이들은 웃고, 남편은 그런 아이들을 보며 피곤한 얼굴로도 미소를 짓는다. 캠핑은 바로 그 불편함 속에서 얻는 감사와 사랑이 핵심이다.
두 번째 날이면 우리는 늘 지역의 박물관이나 역사관을 찾는데, 아이들은 책에서만 보던 역사와 이야기를 직접 보고 느끼며 새로운 세상을 배운다. 나는 이런 시간이 그들에게 평생의 추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배우는 것의 즐거움을 몸으로 체험하고 가족과 함께한 이 기쁨의 시간들이 뇌의 주름마다 남아있길.
캠핑은 단순히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가족이 서로를 배우고, 평소에는 말로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느끼는 시간이다. 남편의 묵묵한 헌신, 아이들의 즐거움, 그리고 우리가 함께 나누는 순간들은 불편한 텐트와 추위를 모두 잊게 만든다.
결국 캠핑은 불편함 속에서 발견하는 행복이다. 고급 호텔의 침대가 주지 못하는 가족의 따뜻함과 협력의 기쁨, 그리고 서로를 향한 감사의 마음이 그곳에 있다. 남편이 주도하는 이 특별한 여행은 우리 가족이 다시 하나가 되는 시간이며, 우리 모두를 성장시키는 배움의 과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캠핑을 떠난다. 자연 속에서의 시간은 우리에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쳐준다.
-에크하르트 톨레 (Eckhart To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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