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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만소 Nov 06. 2022

[1] 전자기기와 어지럼증

 일곱 ,  . 약속을 잡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기분이 상기됐다가 어지럼증과 함께 떨어졌다. 하루 종일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던 결과였다.

"무슨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가정부가 물었다. 나는 그냥요. 라며 말을 얼버무렸고 목을 옆으로 꺾으며 머리가 조금 어지러우니 물을 가져다 달라고 말했다. 그녀가 냉장고 문을 열더니, 이내 마실 것을 하나도 찾지 못하고 술을 가져왔다. 나는 말문이 막혀 그녀를 한번 보았다가 손가락에 낀 차키를 돌리며 운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잘 다녀오세요."

 가정부가 술을 다시 냉장고에 넣고 현관으로 와서 말했다. 나는 대꾸도 하지 않고 문을 열고 나왔다. 어느새 밤이 다 되었기 때문에 살짝 추웠다. 핸드폰에 표시된 12도라는 온도를 보고 체감상 영하인데, 라며 몸서리를 쳤다.

 하늘에 열기구가 잔뜩 떠다니는 것을 보았다. 요즘은 대부분 열기구로 이동한다. 나처럼 기후가 변화하기 시작하기 전에 전기차를 산 사람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그렇다.

 그래도 눈이라는 것이 사라져서 본넷 위에 눈이 쌓일 일은 없어 좋다. 나는 차에 시동을 걸었고 그와 동시에 켜지는 무수한 전자기기들을 보았다. 할머니가 보았으면 그러니까 머리가 아프지, 라며 핀잔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 담배."

 내가 말하자, 시가 잭이 꽂여 있어야 할 자리에서 전자담배가 나왔다. '고속도로에서 흡연은 금지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유리창에 표시되었지만 가볍게 x자 버튼을 누르며 무시했다.

 데이트 상대는 사진과 많이 달랐다. 사실, 다르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단순히 오늘 저녁을 같이 할 상대로 나쁘지 않았다. 꽤 고급식당으로 예약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는 혼자인 시간이 길기 때문에 이렇게 가끔 나와 모르는 상대와 밥을 먹곤 한다. 비대면 스크린이라는 것이 문제이지만.

 그녀가 먼저 식사를 끝마쳤다. 빌즈는 이쪽 매장으로 달아두라 말했다. 그녀가 고맙다며 먼저 일어났고 나는 매너 있게 같이 일어나 인사를 해 주었다. 스크린이 꺼졌다. 나는 다시 앉아 남은 감자요리를 먹으며 생각했다. 저쪽 맥도널드도 여기와 같은 맛일까.

 집으로 향했다. 집에 마실 것이 없다는 가정부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근처 무인 편의점에서 물과 음료수 정도를 샀다. 아스피린도.

'가정부 로봇용 스타킹'

 변태 같은 것들이 또 이상한 것을 진열해 놨다.



안녕하세요. 작가 김만소입니다. 비록 브런치 데뷔는 에세이로 했지만 저는 원래 소설을 쓰는 사람입니다. 이제 간간히 소설도 올리려해요. 대부분 1000자 남짓한 짧은 소설인데, 엽편이라고도 하죠.


이번 화는, 근 미래에 살고 있는 어떤 남자에 대한 내용입니다. 저는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 그 중간 어딘가에서 태어났어요. 점점 디지털화가 되어가는 사회를 보며 단절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더군요.


그렇다면 조금 더 미래의, 디지털을 탈피한 시대는 어떠할까요. 조금 더 기후적인 문제가 많아지고, 먹거리의 이슈가 많아지고, 단절이 되어버린 그런 사회이지 않을까요.


주인공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태어났습니다. 디지털 다음의 시대와 디지털 시대 사이에 갇혀 적응을 하지도 못 하지도 않은 어떤 어중간한 상태로 살고 있는 남자입니다. 여러분은 만약 그 시대에 태어났으면 어땠을 것 같나요?


앞으로도 소설은 이런 식으로 올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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