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서 오세요. "
문을 열자, 긴 요리 모자를 쓴 너구리가 인사했다. 방금 막 요리를 끝낸 듯 싱크대에 손을 씻는 중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앞치마에 그 작은 손을 쓱싹 닦았다.
" 필요한 거라도?"
너구리는 인간인 나를 경계하지도 않고 자리로 안내하며 말했다. 나무로 만든 의자를 드르럭 밀자, 가게 안의 손님 두어 마리가 나를 쳐다보았다.
" 날씨가 많이 춥네요."
내가 말했다. 그러자 너구리는 나를 위해 건네려던 찬물을 집어넣고 따뜻한 차를 꺼내왔다. 작고 귀여운 것이 배려심이 깊었다.
"라면 하나 주세요."
내가 말했다. 그러자 옆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고 있던 곰 한 마리가 내 등을 쳤다.
" 이 사람! 여긴 처음인가 보구만! 너구리 하면 우동이지. 우동이야. 타누키 우동 모르나!"
등이 아프진 않았다. 진심을 다해서 쳤다면 내 몸이 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곰도 그걸 알았는 지 힘 조절을 해 준듯 했다. 나는 속으로 너구리는 라면인데.라고 생각했다. 너구리는 우리를 중재했다.
" 이 분이 라면을 드시고 싶어 하시니, 그거로 하게 해 주죠."
그는 요리 모자를 바로 쓰더니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요리가 나왔다. 소박한 그릇에 담긴 라면은, 물조절도 양조절도 엉망이었다. 그러나 국물을 한 모금 마시자, 몸도 마음도 녹는 듯했다. 먹다 보니 어느새 내가 마지막 손님이었다. 돈은 받지 않는다는 가게 방침에 따라 너구리에게 사탕 두 알을 대신 주었다.
" 고마워요. 또 오세요."
오두막 가게 문을 열자 다시 찬 겨울과 우거진 나무들로 가득했다. 눈은 멈출 줄 모르고 내리고 있었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숲 속 어느 깊은 곳, 너구리 식당. 다시 이 곳에 방문할 수 있다면, 그때 주인장에게 말해야겠다. 당신이 쓴 건 요리 모가 아닌 파티시에 모자라고.
안녕하세요. 당분간은 이미 써놓은 것을 가져오는 것 뿐이라 금방금방 업로드가 될 것 같습니다.
살면서 지치고, 힘들 때 마치 눈 내리는 산 속에 혼자 고립된 것 같을 때가 있지 않나요? 저는 가끔 그러더라고요. 그런 곳에서도 어쩌면 조그마한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번 글을 썼습니다.
귀여운 너구리 주방장과, 무해한 동물들. 저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쓰는 걸 참 좋아해요. 앞으로도 이런 글들이 자주 올라올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