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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만소 Dec 27. 2022

[7] 고양이의 보은2

 내 후배는 이상하다. 가령 교양과목에 고양이 말 수업이 있다든가, 혼자 저녁 먹기 싫은 날이면 어찌 알고 교문 앞에서 서성이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같이 저녁을 먹길 권유한다.

 그중 제일 이상한 것은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꼭 꿈에 나온다는 거다. 매번 다른 꿈이지만 주로 위기에 처한 나를 구해주는 히어로로 나오곤 한다.

“ 하여간, 선배는 제가 안 도와주면 이렇게 된다니까요.”


 밤새 수기로 써온 종이가 뜬금없는 바람에 날려 학교 연못에 빠졌다. 절망하고 있을 때, 그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나를 도서관에 데려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필요한 자료와 필기도구를 꺼내 주고는 옆에서 내가 사준 커피를 맛있게 마시고 있었다.

“ 너는 수업이 없니?”

 내가 손을 열심히 놀리며 물었다. 그녀는 빨대로 얼음을 빙빙 녹이며 오전에 끝났다고 했다.

“ 학생이 학교가 끝났으면 빨리 집에 가야지 안 그러면 나 같은 선배한테 붙잡혀 저녁으로 고기 같은 게 입에 들어가서 살이 뒤룩뒤룩 찐다.”

 내가 말했다. 그녀는 고기 좋네요. 라며 나를 보고 씩 웃었다.

“ 그거 데이트 신청이에요?”

 심장이 쿵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추파를 던지는 것으로 보였으려나. 후회하며 대답을 망설였다.

“ 좋네요. 데이트. 저번에 고양이 건으로 제가 샀으니까 저도 한 번 얻어먹어야 맞죠.”

 그때에 대해 ’고양이어‘라는 과목은 없었다고 따지려다가 당장 과제가 너무 급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굴이 빨개진 걸 느낀 것은 덤으로.

 과제를 급하게 다 끝낸 후 그녀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강의실로 달려갔다. 나는 잠시나마 그녀와 같이 있었다는 사실에 심장이 뛰면서도 참으로 이상한 것을 느꼈다. 마치 어제 꿨던 꿈처럼 그녀는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나 나를 구해줬다. 수업이 오전에 끝난다는 녀석이 오후 3시가 다 되도록 왜 교문 앞에서 서성였을까. 아무래도 마법사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뛰는 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도서관 창문 안 쪽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언제나 나를 홀렸던 그 싱그러운 웃음을 또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도 모르게 손을 같이 흔들었다. 마법사든 마녀든 어떠한가 저렇게나 귀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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