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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 Jun 26. 2023

오늘도 긴장했네요.

내 맘대로 안 되는 일

월요일 오전이면 독서논술 수업을 들으러 간다.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신청했지만 나 스스로 배우고 깨닫는 게 많아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예상치 못한 것이 있었다. 독서논술 수업은 듣기만 하는 수업이 아니라  참여형 수업이라는 점이다. 시시때때로 의견을 말하고 질문을 만들어 보고 대답도 하는 그런 수업. 다 좋지만 내성적인 내겐 어렵기도 한 수업이다.


“선생님~ 독서신문 소개해 주시겠어요?”


지난주 수업을 마치며 독서논술 강사님은 발표를 어려워하는 내게 본인이 대신 소개해주겠노라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직접 소개하라니.

이렇게 말을 바꾸셔도 되나요?

생각지도 않은 강사님 말씀에 당황했지만 이끌리듯 앞으로 나갔다. 간단하게 소개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난 또 얼음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에 현타가 왔다.




학기 초 큰 아이의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학교 적응을 위한 아카데미가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그중 '인생의 강'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내용인즉슨 내가 살아온 인생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조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되는 것이었다.

내가 제일 자신 없는 그림, 그리고 다른 사람 앞에서의 발표. 두 가지를 한 번에 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찌 그림을 그렇게도 잘 그리고 이야기를 잘할까?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난 그만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급기야 머릿속이 하얘졌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 내게 주어진 10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침묵으로 마무리했었다. 그 어색한 공기와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하는 조원들 틈에서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졌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사회자가 괜찮냐며 물어봐 줄 만큼 긴장하고, 눈물이 터질 것 같았던 그때의 내 모습.

주목을 받는 일은 내게 그렇게도 어려운 일이다.




불현듯 그때의 생각이 스치며 우울해졌다.

수업 내내 그 기분을 떨칠 수가 없어 집중이 어려웠다.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내는 나인데 오늘만큼은  그게 안된다.


하필이면 오늘 왜 비까지 내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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