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는 아이에게서 발견한 것들
"엄마, 나는 왜 못 만나는 거야."
잠들기 직전, 아이가 징징대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도 게임에서 뭔가 뜻대로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잠투정을 부린다고 넘기려다가 아이의 얼굴을 보고 생각을 접었다.
닭똥 같은 눈물이 베개를 흠뻑 적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못 만났다는 게 무슨 뜻이야?"
괜찮다, 별일 아니다, 그런 걸로 뭘 그러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멈췄다.
그렇게 쉽게 말할 수가 없었다.
우선 아이의 상황을 이해해야 할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이의 게임 세계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아이들에게는 삶의 아주 중요한 부분일지도 모르는 그 세계를
관심도 없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엄마라고.
아이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인터넷 백과며
유튜브 영상을 뒤져본 뒤에야 겨우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다른 애들은 다 만났는데… 나만 못했어. 그냥 죽었어."
"그래서 더 속상했구나. 그럼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어?"
"몰라."
"내일 다시 해보면 되지 않을까?"
"아니야.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만났어."
아이의 절망 섞인 대답에 나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싶었다.
'다 괜찮아질 거야'와 같은 위로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아이를 가만히 안아주며 토닥이고 있는데,
문득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나는 지금은 물론이고, 어린 시절에도 게임을 좋아하지 않았다.
관심이 없었고, 재능도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동안 게임을 전혀 안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게임을 할 때,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너무 싫었다.
게임 속에서의 나는 느리고 둔했고, 다른 친구들보다 뒤처졌다.
무엇보다 나는 나의 '재능없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게임은 나랑 맞지 않아"라거나 "관심 없어"라고 말했으며,
사실 그게 정말, 진실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성향은 비단 게임에만 그치지 않았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았고, 도전하지 않으니 실패도 없는 삶.
내가 처한 환경을 탓하며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기도 했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나는 거기에 익숙했고, 그게 편했다는 것을.
어른이 된 지금은 그런 삶에 변화를 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그런 내 모습이 있지 않을까 염려하곤 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이미 달랐다.
게임에서 원하는 캐릭터를 만나지 못해 울고 속상해하면서도,
다음 날이면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몇 번이고 실패하면서도 다시 시도한다.
"재미있으니까"라며 웃지만,
그 반복 속에는 포기하지 않는 힘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제 아이의 이런 모습이 새삼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매일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고, 그것을 뛰어넘으려 하는 아이.
이렇게 바라보기 시작하니 이제는 게임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놀이 이상이다.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실패를 배우고,
다시 도전하는 법을 익히고 있지 않은가?
어디 배우고 있는 것이 그것뿐이겠는가?!
나는 이제 "그만하면 됐지"라는 말 대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다. 게임을 단순한 오락으로 여기는 대신,
그 속에서 아이가 얻는 중요한 경험들을 인정하고 응원한다.
이제 우리 아이는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아이를 더 잘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엄마다.
우리 아이 자체를 멋지게 만들고, 아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정말 멋지게 해주는 엄마.
우리가 그렇게 함께 하다 보면, 아이는 자신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굳이 믿으라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그것도 아주 단단하게
스스로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