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제나 1인칭 화자인 이유

월든, 헨리데이비드 소로의 첫 번째 꾸짖음

by 필승작가

나는 언제나 1인칭 화자이다


"우리는 책 속 화자가 언제나 1인칭이라는 사실은 보통은 기억하지 않는다. 내가 나 못지않게 남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면 내 얘기를 이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쉽게도 나는 경험이 많지 않기에 '나'라는 주제에 국한되어 있다. 더욱이 나의 개인적 견해를 말하자면 모든 작가는 남의 삶에 대해 전해 들은 것만 쓰지 말고 무엇보다도 자기 삶을 간단명료하고 성실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소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하고 맞장구를 쳤다.

나도 그처럼 다른 사람의 삶을 잘 알지 못하기에, 그야말로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 “그렇지!”라는 외침 뒤에 내가 본 것은, 나의 이야기가 어쩌면,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향해 있다는 것이었다.

“당신은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하네요.”

나는 마치 나 자신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사실 내 말 속에는, 다른 사람을 향한 지적질이 있었던 것이다.


소로의 말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결국 내 경험에 바탕을 둔 1인칭의 이야기다.

비단, 글을 쓸 때의 나를 말하는 것만이 아니다.
나는 얼마나 자주 이런 식으로 타인을 판단하며 잣대질하고 있었던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같은 사람도 자신의 경험이 미천하다고 말하는데 말이다.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내 경험에 바탕을 둔 '진짜 1인칭의 이야기'일뿐이다.

그런데 나는 또 얼마나 자주 그 사실을 잊고, 마치 타인의 삶을 깊이 이해한 것처럼 굴었는가.




잠시 내 남편에 대해서 자랑하자면, 나의 남편은 정말 완벽한 나의 짝이다.

그는 언제나 나의 든든한 지원자이자, 관대함의 끝판왕이다.

그런데 나는 그럼 남편과의 대화에 불만을 가질 때가 종종 있다.

그날도 하루 동안 있던 일들을 신나게 나누는데 남편은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재미없어 보였고, 그에게는 내 얘기보다는 아직 다 마무리되지 않은 집안일이 더 중요한 듯 보였다. 섭섭한 마음에 “내 말이 재미없냐”라고 물으며, 그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속상해했다.

어느새 그는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남편'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거나 또는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나에게 자신의 상태를 말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나와 대화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으며, 무엇보다 어수선한 집 안 분위기를 깨끗이 하는 것이 중요했다.


또 다른 예로,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올바른 소리를 곧잘 늘어놓곤 한다. 물론 내 말이 힘이 되고 위로받았다고 말하는 이들도, 해결책을 찾았다는 이들도 있지만, 이것이 정말 가능했을 때에는 내가 그들보다 나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나에게 명백할 때였다.

어느 날 자신을 "구제불능"이라며 자조하는 친구에게, 나는 그 생각을 바꾸라며 긍정적인 말들을 쏟아낸 적이 있다. 하지만 친구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기만 했지, 그 친구가 지금 얼마나 힘든 경험을 하고 있을지, 얼마나 지금의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은지는 보지 않았다. 그와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난 후, 뭔지 모를 무게감이 나를 눌렀다. 그리고 내가 보고 있지 않았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시 대화 기회를 가졌을 때, 그가 왜 스스로를 "구제불능"이라 여기는지, 그럴 때에는 어떤 경험을 하는지부터 묻기 시작했다. 그의 생각이 '옳다' '그르다' 판단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게 되니, 놀랍게도 내가 그전에 '그는 부정적이다.'라는 생각으로 그를 판단하고 있었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가 들리고, 우리는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키우며 내가 자주 했던 생각 중 하나는, “아이들이 성취의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깨달은 것은 그 성취를 내 방식대로, 내 관점 안에서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게임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을 이전 글에서 나누었다.)

나는 성적이나 눈에 띄는 결과만이 성취라고 여긴 건 아니었지만, 내가 인정할 만한 성취만을 기준으로 두었던 것은 분명하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관계를 맺는 것, 게임 속에서 전략을 세우고 협력하는 것 모두가 얼마나 큰 성취인지 미처 보지 못했다. 이제 나는 이 어린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제시간에 등교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이고 큰 성취인지 안다.


결국, 내가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모든 순간은 나의 관점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의 침묵과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지 못한 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입밖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 소로의 말처럼, 내가 쓸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내 삶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고 하거나 바꾸려고 한다면, 그건 그냥 나에 관한 것이다.


나는 내가 내 안에 갇혀 있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내가 언제나 1인칭 화자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다.



이전 02화아이들에게 게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