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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불편했던 합격 소식

미국 스타트업

by 기준파

플로리다의 스타트업에서 온사이트 인터뷰를 마치고 온 후 바로 다음 날,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보낸 이는 바로 그 회사의 CEO. 합격했다는 소식과 함께 Offer Letter가 첨부되어 있었다. 평가 결과는 만장일치였다고 했다. 이메일 속 문장 하나하나에도 그의 사려 깊음이 묻어 있었다. 발표 후 함께 나눈 대화와 따뜻했던 분위기가 다시금 떠올랐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이 여운처럼 오래 남았다.


그러나 나는 조금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한 회사와도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이었고, 그동안의 3차에 걸친 전화 인터뷰 과정을 통과하여 마침 온사이트 인터뷰 일정을 잡자는 연락을 막 받은 상태였다. 다른 한 회사는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이었고, 다름 아닌 Apple 본사였다. 처음 이 회사의 연락을 받았을 때만 해도, 단지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했었다. 그저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를 확인해보는 의미로 시작했던 과정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마지막 문턱까지 와버렸다.


한국의 정서로 본다면 이렇게 여러 회사의 인터뷰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이 다소 무례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미국의 Job Market에서 이러한 상황은 매우 흔한 일이다. 오히려 이런 방식으로 최대한 많은 Offer를 손에 쥐고 본인의 가치를 입증하여 협상 시 우위를 점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로리다에서의 따뜻했던 기억과 사람들, 그리고 CEO의 정중함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나를 선택해 준 그 진심 앞에서, 나는 묘한 죄책감을 느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스타트업 회사의 같은 포지션에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경쟁자가 있었고, 그중 나를 택하기로 한 것이었으며, Offer 협상과 합류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그들은 언제든 방향을 선회하여 Offer를 취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Apple의 인터뷰를 끝까지 도전해보고 싶었다. 가보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타트업의 Offer를 무기한 붙잡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플로리다의 기억은 참 따뜻하고 인상적이었다.


이기적으로만 생각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순진걸까.

CEO로 부터 받은 합격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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