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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준파 Sep 19. 2024

미국 스타트업 온사이트 인터뷰

미국 스타트업

간단한 인사 후 발표에 돌입했다. 미팅 룸에는 약 10명 남짓한 인원들이 들어와 있었다. 국적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 맡고 있는 업무가 무엇인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재각각 다른 표정의 면접관들 앞에서 발표를 한다는 것은 꽤 긴장되는 일이었다. 미리 알아본 스타트업의 규모를 생각해 보았을 때, 회사 인원의 대부분이 지금 이곳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약 50분 정도 분량의 발표를 진행하면서, 자유롭게 질의응답 및 토론을 하고 나니 총 2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일반적인 채용 프로세스에 등장할 법 한 질문들과 기술적인 백그라운드 체크 등 정말 다양한 질문을 받았다. 다소 긴장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같이 일을 하는 동료에게 질문을 하는 듯 편안하게 이야기를 이끌어주어 불편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점심 식사 후 가졌던 시간이었다. 회사의 대표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며 노트북을 연결하더니 회사의 비전과 조직의 구성, 채용 후보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한국에서 대기업을 다녔던 것이 경력의 전부였던 나는 당연히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온 내가 어찌 보면 완벽한 “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회사의 대표가 채용 후보에게 본인 회사를 어필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낯설었고, 한편으로는 매우 감사했다. 스타트업은 그 이름에서부터 안정적이라기보다는 도전적이며, 그래서 마음 한 켠에 불안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회사 대표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면서, 나도 나 스스로 회사의 가치와 대표의 잠재성을 판단해 볼 수 있었고,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해 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아마 대표도 이러한 부분을 이미 인지하고 준비했을 것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소수의 필요한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채용 후보에게 적극적으로 본인 회사를 홍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면접이 진행되었던 미팅 룸 그리고 플로리다의 하늘

다음으로 실제 같이 일하게 될 직원들과 토론 시간을 가졌다. 현재 당면한 문제와 관련된 데이터를 나에게 보여주고, 간략한 백그라운드를 설명한 뒤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함께 토론하였다. 나는 나대로 회사에서 하게 될 일과 사람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으며, 채용을 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후보가 고용된 상황을 짧게 시뮬레이션해 보며 직접적인 평가가 가능했었을 것이다. 채용을 하는 입장에서 짧은 시간에 사람을 평가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수많은 사람을 동시에 평가하는 대규모 공채 과정이 일반적인 한국과는 다르게, 면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미국의 채용 프로세스라서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일정을 마치고 비행기를 타기 전,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사실 말이 식사이지 면접의 연장이었다. 대화의 주제가 좀 더 개인적이고 캐주얼 한 내용으로 바뀌었을 뿐, 기본적으로는 ‘나’라는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같이 일할 사람의 성향은 중요하다. 아무리 일을 잘하더라도 성향이 맞지 않으면 작은 오해와 갈등이 쌓여 소통이 단절되고, 그로부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작은 회사일 수록 이러한 사람 간 문제는 회사의 존폐를 결정하는 큰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식사의 자리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사람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러한 것을 알 고 있었기 때문에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지만, 채용 과정에서 느낀 감사한 마음 때문인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편안하게 식사와 대화를 즐길 수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하루를 돌이켜보니 참 터무니없는 일정이었다. 한 사람과의 면접을 위해 온 하루를 다 소비하다니. 채용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채용 프로세스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빛나던 그들의 눈빛이 새삼 사려 깊게 느껴져 감사했다.


합격일지 아닐지에 대한 걱정을 떠나, 참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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