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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준파 Sep 05. 2024

화상 면접

미국 스타트업

첫 면접은 Microsoft Teams를 이용한 화상 면접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회사의 인원이 스무 명 남짓인 작은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CEO와 CTO가 직접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었고, 인터뷰를 위해 간단한 소개자료 준비를 요청받았다. 특별히 정해진 양식이나 분량은 없었다. 내가 준비할 자료를 바탕으로 인터뷰가 진행될 예정이었고, 그 자료는 내 나름대로 자유롭게 준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바꾸어 말하면 인터뷰의 흐름이나 진행 방식이 나의 자료에 의해 좌우될 수 있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장황하게 담기보다는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자료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준비하고, 자세한 기술적 여백은 일부러 비워둔 후 그들의 질문을 유도해 답변하는 식으로 채우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기술적인 이야기에 집중해야 나의 부족한 영어 실력이 들통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분히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였다. 스타트업의 경우는 보통 투자 유치의 근원이 되는 핵심 기술이 있다. 대기업처럼 기술이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기 이전의 단계이기 때문에, 해당 기술의 논문 혹은 특허를 찾아보면 무엇이 이 회사에서 중요한 기술적 방향인지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기술이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그 스타트업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해답을 알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상세한 내용을 모르는 내가 해답을 정확히 제시할 수도 없을뿐더러, 내가 CEO라면 그것까지 기대하고 인터뷰에 임하진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술에 대한 나의 이해도를 어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이미 회사에 관해 알아볼 때 파악했던 것이었지만, 이 회사의 기술은 나의 경력과 관련성이 강했다. 좀 더 깊게 들어가도 될 것 같아 관련된 논문과 특허를 모두 읽고 정리해 보았고, 내 나름대로 몇 가지 개발 아이디어 정도는 제안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말하지만 구체적일 필요는 없었고, 나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여기까지 정리가 되니, 굳이 주절주절 나의 이력이나 실적들은 보여주는데 인터뷰 시간을 소모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차라리 내가 이 회사의 기술 및 비전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더 인상적일 거라고 판단했다. 본래는 나에 대한 소개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원래 생각했던 자료의 순서를 한번 역으로 뒤집어보기로 했다. 


1. 해당 스타트업의 핵심 기술 

2. 기술의 한계 및 당면 과제

3. 나의 이력 및 실적 요약 (스타트업 기술과의 관련성 강조)

4. 기술 발전 방안 제안 (대략적으로)

5. 보충 자료 (상세 이력 및 경력)


이렇게 구성하고 보니, 하나의 투자 제안서 같아 보이기도 하면서 나의 이력을 적절히 어필하고 있었다. 특히나 그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예상하던 소개 자료가 아니라 자주 보고 고민하던 그들의 기술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흥미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뒷 순서로 나올 나의 이력을 좀 더 관심 있게 보게 될 것이다. 마지막 발전 방안을 제안하는 파트에서는 의도적으로 간단한 그림 위주로 여백을 많이 두어서, 조심스러운 제안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질문과 답변이 오갈 수 있도록 했다.   

인터뷰는 좋은 분위기에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가벼운 농담이나 사적인 이야기들은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여전히 어렵고 낯설었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함이 없었던 것 같았다. 

On-site 인터뷰 초청 메일의 일정 안내와 생일 축하 메시지

인터뷰 후 이틀 후, 다음 단계인 On-site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이메일에는 Florida 행 비행기 티켓과 머물 호텔의 정보가 담겨 있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예정된 대략적인 인터뷰 일정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어떻게 알고 생일 축하 메시지를 깨알같이 함께 남겨주었는데, 마음이 따뜻해지고 뭔가 나를 위해 준다는 느낌이 들어 편안해졌다. 


본격적인 미국에서의 도전이 시작되는 것 같아 설레었다.

By the way, happy early birthd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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