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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터뷰 기회

미국 스타트업

by 기준파

처음으로 인터뷰 기회가 생겼다. 연락이 온 회사는 플로리다에 있는 한 스타트업 회사였다. 애초 목표는 실리콘 밸리의 대기업으로 취업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었지만, 결국 이 회사의 인터뷰에 임해보자고 결정했던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내 경력과의 연관성이 강했다. 현실적으로 나의 백그라운드와 완벽히 들어맞는 직장을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런 기회를 갖는 것 자체도 쉽지 않지만, 회사에서 하는 일이라는 것이 단순히 기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시스템적으로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일 경우 더욱 그런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은 나의 경력을 살리기에 매우 적절했고, 스타트업의 특성상 조직의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특별히 이해해야 할 복잡한 시스템도 많지 않았다. 나 스스로 당장의 쓰임새가 있을 것 같았다.


회사의 성장 가능성과 비전도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 스타트업의 경우는 대부분 회사에 들어가면서 Stock Option을 받을 수 있다. 회사 전체 지분의 몇 %를 현재 발행된 가치를 기준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이다. 향후 회사가 잘 성장하여 주식 상장을 한다거나 혹은 큰 회사에 인수가 되는 경우, 당시 회사 평가 가치만큼 내 주식 지분을 판매하여 차익을 낼 수 있다. 회사의 미래 가치에 함께 투자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이는 불확실한 기대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잘만 되면 큰 보상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나는 이 회사가 가진 기술에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고, 그 잠재력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미국에서 첫 직장으로 바로 실리콘 밸리에 진입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은 작은 회사에서 경력을 쌓거나 인턴십을 통해 발판을 만든다. 그런 면에서 이 회사는 나에게 현실적인 시작점이 될 수 있었다. 만약 일이 잘 맞고 회사가 계속 성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고, 그렇지 않더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괜찮은 한 걸음이 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최악의 경우 설령 인터뷰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미국에서의 인터뷰 경험을 쌓고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나를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점 더 나 자신을 선명하게 만들어갈 수 있으니까. 배울 수 있다면 실패는 아니었다.


곧 회사의 CEO와 CTO가 연락을 주었고, 그들도 내 이력에 관심을 보였다. 화상 인터뷰 일정도 바로 잡혔다.

그렇게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제 시작이다.

IMG_20190617_201400_693.jpg 버지니아 주립대의 가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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