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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Jun 05. 2024

불안하지만 감사한 하루

2024. 6. 4.

이번주는 아이들이 버스로 통학을 한다. 어제 오후에 나는 아이들과 집에 오면서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가 내가 모르는 길로 가서 갑자기 무서워졌다. 나와 아이들이 납치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으로 택시에 타고 있는 내내 불안했다. 아이들도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앞으로는 버스를 타고 집에 가자고 했다. 한국이 아닌 곳에 살면 이렇게 불안한 순간들이 많다. 어서 한국에 가서 긴장하지 않고 마음을 푹 놓고 싶다.


오늘은 칠레에서 우리 가족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분과 점심을 먹었다. 우리가 그분을 대접하기 위해 만났는데 그분이 점심과 커피까지 사주셨다. 고맙고 미안했다. 이상하게 그분에게는 무엇을 받아도 부담이 없다. 늘 기꺼이 주신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가 기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제일 큰 걱정거리였던 자동차를 팔았고 칠레 돈을 한국 돈으로 환전까지 무사히 마쳤다. 모든 게 감사하다.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당연해서 고마운 줄 모르고 살았다. 이곳에 살면서 평온한 일상이 잘 돌아가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해외살이는 나에게 행복과 감사를 깨닫게 해 주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남에게 도움을 받는 것을 싫어했던 내가 이곳에서는 남의 도움을 기꺼이 받으며 살고 있다. 언젠가 도움을 주었던 사람에게 갚을 기회가 생기면 나도 기꺼이 도움을 주리라 다짐한다. 그들에게 갚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많은 사람들 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보이면 나도 그렇게 하리라 다짐한다.


점심에 맛있는 것을 먹었지만 아무래도 불편한 자리였는지 배가 아프다. 많이 아프지 않아 다행이다. 감사하다. 남편도 배가 조금 아팠지만 저녁까지 잘 먹었다. 감사하다. 내일은 지인이 아이들의 하교를 도와줄 것이다. 감사하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다. 감사하다.


남편이 외출을 하고 연락이 없으면 불안하다. 내가 아이들을 데리러 갈 때는 두렵다. 내 불안은 생각일 뿐, 현실이 아님을 자주 확인해야겠다. 오늘은 불안에 빠지지 않기 위해 소설책에 빠졌다. 나의 불안을 그대로 바라보는 힘을 길러야겠다. 내일은 명상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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