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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124일 차

2025. 12. 18.(목)

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오늘은 방학 전 날이다.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두 달 정도 나는 아이들에게 묶여 있을 예정이다. 세끼 식사를 준비하고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고 휴대폰 사용을 감시하는 다양한 역할을 맡을 것이다. 집안일을 하면서 틈틈이 일기를 쓰고 장을 보러 가야 한다. 음악을 틀어 놓고 노트북 앞에 앉는 일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아이를 키우고 학교에서 일하다 보니 방학 때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이다. 학교에 다닐 때와 다르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려는 아이들을 일찍 자게 하고 일찍 일어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아침을 먹고 세수와 양치를 하고 방을 정돈한 후 공부를 시작한다. 점심을 먹고 나면 쉬다가 다시 공부를 하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운동을 한다. 이렇게 하려면 엄마인 내가 그것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나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 청소와 운동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공부할 때 휴대폰만 봐서는 안 된다. 그것이 제일 힘들다. 부모로 사는 일은 이래서 힘들다. 대충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대충 살아버릴 것 같아 불안하다.


남편이 직장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이다. 대표가 없는 상황에서 대표의 대리를 맡은 직장 동료가 대표 행세를 하며 고압적이고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남편은 못마땅해한다. 직장의 후배는 자신은 그를 그냥 아픈 사람으로 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나는 남편에게 그의 말과 행동에서 무엇에 자신이 긁혔는지 돌아보라고 말했다.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면 당장 마음은 편할 수 있지만 우리는 나이가 들었으니 이 상황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자고 했다. 나는 무엇에 긁혔고 무엇에 민감하고 무엇을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인지 확인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맞추려고 하지 않고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그를 대하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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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이 15살,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내면의 아이도 잘 키워내는 것이 목표인 여자사람, 2년간 칠레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파라과이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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